상가임대료도 '임차인 보호'... "땅 파서 돈 나오나" 뿔난 임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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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료도 '임차인 보호'... "땅 파서 돈 나오나" 뿔난 임대인들

입력
2020.09.24 04:30
수정
2020.09.2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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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등 재난상황 임대료 감액요구 가능토록 법 개정
전문가 "세제 혜택 등 후속 조치 필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임차인이 최대 9개월 치 상가임대료를 내지 않을 때까지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임차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중대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임대료 인하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지만, 반대편에 선 임대인들의 불만은 고조되는 모양새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가 임차인은 코로나19와 같은 '1급 감염병' 상황에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또 법 시행일부터 6개월 간 연체된 임대료는 계약 해지 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개정된다. 현행법상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기준은 '3개월 치 임대료 연체'인데, 앞으로 6개월 간은 얼마를 연체하든 '3개월 치' 계산에서 완전히 빼주겠다는 얘기다. 임차인이 향후 반년 간 임대료를 한 푼도 내지 않더라도, 특례기간 종료 후 기존 법에 따라 3개월 간 더 연체를 할 수 있어 최장 9개월 간 임대료 부담이 유예되는 셈이다.

정치권이 임대료 감면에 초점을 맞춘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9%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경영비용에서 가장 부담되는 항목으로 임대료를 꼽았다. 대출이자(11.8%), 세금(5.4%) 등보다 압도적이다.

이에 정부도 임대료 관련 대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인천공항 등 정부 부문에서 임대료를 깎아준 것은 물론,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한 민간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이른바 '착한 임대인' 정책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최종 확정되면 현장에서 원활히 작동되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권과 정부의 움직임에 임대인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임대사업자 모임(임사모)' 네이버 카페에는 이날 "대부분 임대인은 월세에서 은행 이자를 제하고 나면 얼마 남지도 않는다"며 개정안에 반대하는 글이 올라왔다. "임대인은 땅 파서 돈이 나오느냐" "사유재산까지 마음대로 정하려 하느냐"는 댓글도 달렸다. 또 다른 사용자는 "(임차인의) 장사가 잘 되면 월세를 더 내느냐"고 불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임대인을 함께 배려하는 대책을 주문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나온 대책인 것 같지만 임대인 입장에선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강제로 법 개정이 추진되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세제 혜택 등 임대인도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인이 감액을 요구한다고 임대인이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임대인의 감액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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