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여행 대신 '몰캉스'… "고객님 반갑지만 방역 고삐"

4월 봄나들이, 8월 휴가철 이어
추석 연휴도 몰캉스 급증할 듯
쇼핑몰들, 퍼레이드 등 준비하고도
"확진자 나올까" 방역에 '노심초사'

휴가철과 긴 장마가 겹쳐 몰캉스(쇼핑몰+바캉스)족들이 늘었던 올 8월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30일부터 시작된 5일간의 추석 연휴에 복합쇼핑몰을 운영 중인 유통사들이 바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맞은 황금연휴라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고향 방문까지 포기한 이들이 근교의 대형 쇼핑몰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양한 즐길거리로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준비한 콘텐츠를 널리 알리지는 못한다는 게 업계의 속사정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곤 했던 할인 행사 등 홍보 자료도 올 추석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자칫하면 코로나19 와중에 집객 효과를 노리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자체적으로 광고 활동을 자제하고 있어서다. 관련 기업들은 이용자 맞이 준비를 시작하면서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방역 수칙을 적용하는 대응 체제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연휴' 때마다 몰캉스족 급증

쇼핑몰 업체들이 인원 밀집으로 인한 감염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미 올해 몇 차례 지나온 봄나들이나 휴가철 방문객 증가 현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말로 돌아가 보자.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랐던 2, 3월만 해도 외출을 자제하던 사람들이 이 시기엔 도로로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 데이터에 따르면 2, 3월 주말 일평균 T맵 이용자 수는 지난해 주말 평균(400만건) 대비 20% 급감했지만, 4월 마지막 주말이었던 25, 26일 이용 건수는 2,470만건으로 뛰었다.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저작권 한국일보]기간별 T맵 최다 설정 목적지 순위

이 기간 가장 많이 검색된 목적지 1~5위는 △스타필드 하남 △여주 신세계아울렛 △김포 현대아울렛 △파주 신세계아울렛 △이케아 광명점이었다. 지난해 4월 마지막 주말 목적지 1위였던 인체국제공항은 올 4월 5위 안에 들지도 못했다. 막힌 해외여행 대신 봄 쇼핑을 선택한 이들이 늘어난 결과다.

8월에는 휴가철에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몰캉스(몰+바캉스)족' 급증 현상이 나타났다.

스타필드를 운영 중인 신세계프라퍼티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방에 폭우가 이어진 7월 24일~8월 6일 하남ㆍ코엑스몰ㆍ고양 스타필드 3개점과 위례ㆍ부천ㆍ명지 스타필드시티 3개점 방문객 수가 직전 2주일 대비 17.5% 증가했다. 8월 1~6일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총 방문객 수는 62만4,000명으로 전월 같은 기간 대비 20% 늘었다.

8월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가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모습. 연합뉴스

복합쇼핑 공간에선 단순 쇼핑뿐 아니라 영화관, 워터파크, 아쿠아리움, 키즈카페,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을 즐길 수 있어 가족 등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집객+방역 "둘 다 잡아야 한다"

추석 연휴에도 복합쇼핑몰들은 집객과 방역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규모 할인 행사와 공연 등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방역 지침을 정하고 별도 소독 인력과 열 감지 기기 등을 준비하는 등 방역 집중 시스템을 병행하기로 했다.

스타필드 안에 마련된 스포츠몬스터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실내 클라이밍 시설. 신세계프라퍼티 제공

우선 신계프라퍼티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사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가족사진관을 운영한다. 메가박스, CGV 등 점포 내 영화관에선 추석 가족 영화 상영에 나서고, 점포 내 마련된 스포츠 체험시설 스포츠몬스터에선 농구, 배구, 풋살 등 구기 스포츠를 비롯해 실내 클라이밍 등 30여종의 콘텐츠를 마련했다.

스타필드 스포츠몬스터에서는 다양한 실내 스포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신세계프라퍼티 제공

방역을 위해선 주요 출입구에 열화상 감지 카메라를 설치했고, 주차장 출입문에 스마트 발열 체크 기계 등을 구축해 방문객 건강 상태를 관리하도록 했다. 시설에 따라 일부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롯데의 경우 프리미엄아웃렛 파주점에서 10월 4일까지 코오롱그룹 브랜드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하며, 신발 브랜드 오니츠타이거 제품들을 반값 수준으로 파는 균일가전을 진행한다. 기흥점은 내달 11일까지 아디다스 상품 최대 80% 할인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올 추석 연휴 동안 공룡 퍼레이드가 펼쳐질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평상시에는 조형물을 활용한 무료 전시장으로 운영되는 공간에서 올 추석엔 2m 크기의 실감 나는 공룡들이 춤과 공연을 펼친다. 롯데쇼핑 제공

쇼핑뿐 아니라 두 점포는 곧 다가오는 '핼러윈 데이'를 테마로 고객들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을 운영한다. 파주점은 연휴 기간 매일 오후 1시, 3시, 4시, 5시, 6시에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 2m 크기의 공룡이 춤과 공연을 하는 퍼레이드를 진행해 아이들의 호응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아웃렛 이천점은 전통문화 한마당을 콘셉트로 60여종의 농기구를 전시하고 우물 기르기, 떡메치기 등 고객 체험형 행사를 준비했다. 방역을 위해선 프리미엄아웃렛 전 건물과 주요 고객 동선을 따라 매일 1, 2회 소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신세계아웃렛을 운영하는 신세계사이먼은 연휴 기간 고객이 많이 몰리는 명품 매장에 모바일로 입장 순번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또 대형 매장은 줄서기 간격 유지, 음식 매장은 테이블 수 축소 및 간격 유지를 실시한다.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응 현장 센터를 철저히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화장실, 수유실 등 주요 공용 시설은 1일 3회씩 소독하고 주기적으로 문을 열어 환기하는 등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