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교실] 마구잡이 진도에 답변없는 채팅창…"이게 교육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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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교실] 마구잡이 진도에 답변없는 채팅창…"이게 교육인가요?"

입력
2020.09.25 04:30
수정
2020.09.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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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온라인수업 6개월 보내며
소통부재로 학부모-학생-교사 불신커져
"자사고라고 다 쌍방향 안 한다" 오해도 커

수도권 소재 유치원, 학교가 약3주간의 전면 원격수업을 마무리하고 등교를 재개한 21일 서울 화랑초등학교에서 대면, 비대면(원격) 수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딸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한다고 해서 좋아했죠. 그런데 시험 직전 갑자기 출제 범위까지 진도를 확 빼버리더군요. 채팅방에서 애들이 ‘모르겠어요’ 하는데도 교사가 ‘어쩔 수 없다’라며 수업을 그냥 진행했어요.”

경기 성남시에서 중학생, 초등생 자녀를 키우는 강경인(가명)씨는 지난 4월 이후 목격해온 원격수업에 대해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그걸 어떻게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강씨는 1년에 학비만 1,000만원가량 드는 사립초·특목고와 무상교육을 받는 일반학교의 차이가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자괴감마저 느꼈다고 했다.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은 고등학교라고 다르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 한 사립고교 1학년 학생인 오창석(가명)군은 “EBS 영상 시청하고 출석 댓글난에 출석체크만 했다”고 말했다. 오군도 강씨처럼 교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교실은 불신과 불만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4월부터 잠시 동안의 등교 수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공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학부모와 교사는 물론, 학생과 교사의 소통부재가 콘크리트처럼 굳어졌고 학생관리의 짐을 대부분 학부모들이 떠맡았다. 학생은 교사의 진도 방향을 이해할 수 없다 했고, 부모는 비싼 사교육보다 질이 떨어지는 공교육에 믿음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은 이러한 학부모와 학생의 불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반년여 동안 지속된 온라인 수업은 공교육의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두꺼운 불신의 벽을 세워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개학' 중인 4월 20일 서울시내 한 가정에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엄마와 함께 e학습터 접속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진도 빼기’가 능사인가

서울에서 공립초 1학년생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김인수(가명)씨는 “지금까지 열 번도 채 등교를 못했다”면서 “수업 안내는 ‘e알리미’로 받아 요일별 시간표대로 학부모가 수업을 진행하고 EBS 수업을 시청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김씨 부부는 퇴근 후에야 4,5교시에 달하는 하루 치 수업을 아이와 함께 한다. 교과수업뿐 아니라 ‘가족역할극 하기’ ‘유튜브 시청하고 만들기’ 같은 과제까지 내줘 온 식구가 밤늦도록 숙제에 매달린다. 교육과정 이수에 대한 압박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셈이다. 이들 부부에게 학교와 교사는 불신의 대상이 됐다.

부산의 공립고에 다니는 3학년 배윤서(가명)양은 “오히려 (컴퓨터 등) 기기를 못 다루는 선생님들이 (콘텐츠를 만들 필요 없는)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은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사에 따라 수업 질의 편차가 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생ㆍ학부모의 ‘심증’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7월 15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내 학생ㆍ학부모ㆍ교사 5만5,96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선생님(과목)에 따라 온라인 수업 내용에 차이를 크게 느낀다’는 학생 응답이 57.5%에 달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학생 2만1,0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수업 내용에 차이 크게 느낀다' 고 답한 학생이 57.5%에 달했다. 송정근 기자 출처 경기도교육연구원



초1부터 고3까지 ‘교사와 소통 없다’

교사와의 소통 부족도 불만거리다. 배양은 온라인 수업 기간 동안 교사에게 질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때 질문을 해도 선생님이 채팅창을 확인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 상담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배양은 “올해 진로 상담은 전화, 대면 딱 두 번 뿐”이라며 “대입전형이 계속 바뀌는데, 혼자 찾아보고 수시 넣을 대학도 혼자 결정했다”고 말했다.

초1 학부모 김씨도 “담임교사 상담은 전화 두 번이 전부였다”라며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도 교사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에게 온라인학습에 대한 교사와의 대화 증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84.5%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 학부모의 부정응답 비율(87.3%)이 가장 높았고, 중학교 83.7% 고등학교가 81.1% 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학교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보면 박탈감은 더 심해진다. 첫째는 자사고, 둘째는 공립중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한미경(가명)씨는 공립과 사립의 차이를 절감한다. 한씨는 “첫째는 처음부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한 반면 둘째는 구글 클래스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보는 식”이라며 “상위권 학생이 많은 자사고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자세도 잡혀 있어 오히려 온라인수업을 등교수업보다 선호했고 진로 결정도 교사의 상담이 절실하지 않는 등 큰 문제는 없었는데 공립학교의 경우 그런 관리가 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학부모 3만1,0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교사와의 대화 증가 여부에 대해 84.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송정근 기자 출처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사들도 "사립초가 부럽다"

교사들도 할 말이 많다. 학부모들의 불신을 불러온 공교육 온라인 수업의 한계는 교사들의 자질이나 노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한 공립초 2학년 담임인 이정현(가명) 교사는 “공립초와 사립초, 일반고와 특목고 원격수업 수준을 비교하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도 사립초 특목고 교사들이 부럽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면 듀얼(이중) 모니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학교는 전교 통틀어 한 대”라고 말했다. “솔직히 온라인수업에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서 이제 연차 높은 선생님들도 줌(Zoom)으로 수업하고, 영상 콘텐츠도 찍으세요. 한데 공립학교 중에 기기는커녕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도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설문에서 학기초와 비교해 ‘온라인수업 역량이 늘었다’고 응답한 교사가 84%에 달했고, 같은 조사에서 교사 74.7%는 온라인 수업 중 학생 질문에 즉각 피드백을 한다고 답했다. 상당수 교사가 온라인수업에 자신감이 붙고 열정도 있지만 ‘예산’이 따라주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인식하는 셈이다.

교실 수업에서 온·오프라인 교재를 함께 쓰는 수업을 10년간 해온 서울 계성초 조기성 교사 역시 “(사립인 계성초가) 3월부터 쌍방향수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프라와 경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체능과목은 해당 전공교사가 영상물을 제작해 상영하고 과제를 내주면 담임이 학생들의 과제 하는 모습을 쌍방향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사립초는 다르다’며 감탄하는 부분이지만 그는 “학부모가 맞벌이라 해도 대부분 재택근무가 가능한 분들”이라며 “사각지대로 불리는 저소득층 가정에서 당장 실시간 쌍방향수업을 실시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사각지대’가 많은 지역의 학교일수록 교사가 ‘수업품질’외 신경써야 할 부분이 늘어난다. 이정현 교사는 “지난주 주 1회 쌍방향수업을 실시하라는 공문이 내려와 학부모들께 안내했더니, 일부 학부모가 맞벌이라 불가능하다고 답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수업 외 상황’을 걱정하는 건 중등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인천 한 공립고 손혜영(가명)교사는 “과제 내라고 연락했다고 학생한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차단당한 교사가 여럿인데 이런 경우 대개 학부모도 통화를 거부한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어려운 점'에 대해 교사 3,8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송정근 기자 출처 경기도교육연구원




지난달 26일 서울 화랑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화상을 통해 제자들에게 수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쌍방향 수업’... 학부모의 환상

올 초 일부 특목고가 실시간 쌍방향수업으로 ‘진도 빼기’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수험생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부러움이 쏟아졌고 ‘실시간 쌍방향=질 높은 원격수업’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쌍방향 수업이 부족한 공립학교 부모들의 교사들에 갖는 불만이 시작된 지점이다. 그러나 정작 상당수 특목고는 교육부가 ‘쌍방향수업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지난주부터 쌍방향수업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유명 자사고 3학년 담임인 김휘민(가명) 교사는 “특목고 교사들이 쌍방향 수업을 한 건 진도보다 학생부 때문”이라며 “온라인수업 중 유일하게 쌍방향수업은 수행평가로 학생부기록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수시 합격생 비율이 일반고보다 높은 자사고, 특목고가 쌍방향수업을 많이 한 것일 뿐 다른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 시간에 컴퓨터 앞에 붙어 있어야 되냐”며 쌍방향수업 줄여달라는 학부모 민원으로 이 학교는 수업 중 상당부분을 일방향 콘텐츠로 바꿨다. 김 교사는 “특목고가 이미 줄이고 있는 쌍방향수업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온라인개학 7개월만에 내놓고, 발표 일주일만에 시행하라는 교육부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인천 한 특목고 교사 김정주(가명)씨는 “특목고도 지역마다 편차가 있다”고 말했다. 원격수업이 시작된 지난 4월 9일부터 실시간 쌍방향수업을 시작한 김 교사는 “특목고라도 일부 노후 학교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일방향 콘텐츠를 주로 사용한다. 인천의 경우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빡빡하게 수업하는 걸 바라지만, 강남 특목고 학부모들은 학원수업을 선호해 쌍방향을 하지 말라는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매 교과시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효율도 낮다고 말한다. 올초 교육부 온라인개학 발표 전부터 학습사이트 ‘학교가자닷컴’을 제작하는 등 온라인 교육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대구 진월초 신민철 교사는 “실시간 쌍방향수업은 전체 수업의 절반”이라며 “출석 시간 내내 쌍방향수업을 하는 건 아이들에게 고문”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국내 사이버대학의 1학점 수업시간 역시 일반 대학의 절반인 25분이다. 온라인수업의 피로도가 높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공립학교의 온라인수업이 부실하다고 불신하는 학부모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교사 5만1,021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40.9%가 △일방향 △실시간 쌍방향 △과제 중 2가지 이상 형식을 섞은 ‘혼합형’수업을 한다고 응답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신 교사는 “원격교육 실패 사례를 연구할 때”라고 지적했다. “교육당국도 언론도 자주 원격교육 성공 사례를 일반 학교와 비교하는데, ‘생존자 편향의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살아 돌아온 전투기의 총알 맞은 부분이 아니라 돌아오지 못한 전투기가 총알 맞았을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 것처럼 실패 사례를 발굴해 그 교사와 학부모들을 독려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윤주 기자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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