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겠다고 생후 3개월 딸을 혼자 집에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비정한 아버지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18일 오후 6시쯤 아내 B씨의 전화를 받고 3개월된 둘째 딸에게 분유를 먹인 뒤 집에 혼자 두고 외출했다. 약 2시간 30분 뒤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아이를 살피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고, B씨는 외박을 했다.
B씨는 다음날 오전 7시20분 아침을 먹자며 A씨를 또 불러냈고, 이번에도 A씨는 딸을 두고 아내를 만나러 갔다. 전날 저녁 마지막으로 분유를 먹고 엎드려 잠들었던 딸은 결국 질식사한 채 발견됐다. 이들 부부는 집안에 담배꽁초, 소주병, 음식물쓰레기 등을 그대로 두는 등 악취가 풍기는 환경에 딸을 방치한 혐의도 받았다.
수사기관에서 A씨는 "양육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B씨는 "직장생활로 인해 주 양육을 남편에게 맡겼다"며 A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5년을, B씨에게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후 B씨는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사망해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A씨는 2심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생후 3개월에 불과해 목도 못 가누는 아이를 4시간 넘게 엎어놓고 방치하면 질식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며 "딸을 두고 외출하는 등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보호의무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한 것은 아니었고, 배우자가 사망하는 또 다른 비극을 겪었다"며 감형을 결정했다.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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