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FinCEN 보고서 유출 파문
의심거래 포착 英 은행 정보공유에도
UAE 부실 대응, 이란 1600억 자금세탁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은행들이 이란 정부의 돈세탁 통로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대형 은행들에 이어 우방인 UAE마저도 돈벌이를 위해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실효성을 떨어트리는 불법 행위를 묵인한 셈이다.
영국 BBC방송은 2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의 의심거래보고서(SAR)를 분석한 결과, UAE 중앙은행이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에서 의심거래 정황을 전해 듣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기업은 두바이에 본사를 둔 구네스 제너럴 트레이딩(Gunes General Trading)이다. 이 업체는 2011~2012년 UAE 금융권을 통해 1억4,200만달러(1,652억원)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다. 하지만 SAR은 해당 거래가 정상적인 달러 결제가 불가능한 이란 기업을 대신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봤다. 당시는 이란 핵 프로그램 개발을 막기 위해 이란과의 달러화 거래가 금지된 때였다.
게다가 구네스 제너럴 트레이딩은 2017년 미 검찰이 자금세탁 등 혐의로 기소한 이란계 터키 금 매매상 레자 자랍이 통제하는 네트워크 일부로 지목된 법인이다. 종합하면 이란과 유착된 회사가 미국의 제재로 무역 결제가 어렵게 된 이란 기업들을 위해 수억달러 상당의 거래를 했다는 얘기다. 자랍도 당시 돈세탁 혐의 관련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편법 행태를 막을 기회가 있었지만, UAE 측은 수수방관했다. SAR의 세부 내용을 보면 SC은행이 2012년 구네스의 의심스러운 거래 수백건을 발견해 UAE 중앙은행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UAE 중앙은행은 “해당 사건은 사법당국에 넘겨졌고 2011년 9월 계좌가 폐쇄됐다”고만 답했다. SC 측이 재차 “다양한 계좌를 활용해 의심스러운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은행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구네스는 UAE 국영은행인 락은행와 두바이국립은행(NBD)에 있던 다른 계좌를 이용해 거래 대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톰 키팅 금융범죄안보연구센터 소장은 BBC에서 “금융시스템을 완전무결하게 보호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책임을 UAE 중앙은행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의문”이라면서 “정보공유 실패로 범죄자들이 활개친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파나마페이퍼스 등을 폭로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88개국 110개 언론기관은 최근 FinCEN의 2,100여건에 달하는 SAR를 입수해 주요 은행들의 금융범죄 연루 사건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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