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했다. 민주당 단독으로 공수처를 출범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공수처법 자체에 대한 '위헌' 논리와 함께 이를 구체화한 과정에서 여당이 '말바꾸기'를 했다며 강하게 맞섰다.
민주당 “더는 못 기다려” 기류 확산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여야가 각각 2명씩 나눠 추천하는 조항을 ‘국회 4명 추천’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수처장 후보 선정 시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조항도 5명으로 완화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 공수처장을 뽑는 게 가능해진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은 한 목소리로 공수처 출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주당에서는 박범계 의원이 앞장섰다. 박 의원은 "9월 중 공수처법에 따른 야당 협조가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 대체입법을 통해서라도 공수처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공수처 논의에 협조하지 않으면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알겠다”고 엄포까지 놨다.야당이 공수처법과 관련해 제기한 헌법소원과 관련해 박 의원은 "끊임없는 정쟁 사태를 막기 위해 (위헌 여부를) 빨리 결론을 내 달라"고 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몰아붙였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공수처법은 국회 논의를 거쳐 제정됐기 때문에 신속히 출범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당 의원들과 보조를 맞췄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추천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수처법을 좌초시키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여당의 공세에 국민의힘은 공수처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으로 반박에 나섰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 공수처가 발족하지 않았고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개정안을 내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하면서 "공수처 수사 대상 중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수사권만 있는데 판사와 검사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있다. 서로 다른 권리를 보유한다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말바꾸기' 행태에 대한 성토도 터져 나왔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패스트트랙으로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때 여당이 내세운 논리는 공수처장 임명에 야당 비토권을 주겠다는 것이었다"며 "당시 패스트트랙 통과를 위해 여당이 허위로 말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법사위원들의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일단 정기국회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국민의힘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공수처 출범을 위한 법 개정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당분간은 원내대표간 협의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가족 사건에 “성역 없는 수사해야"
이날 회의에서는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과 장모와 관련한 사건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검찰이 현직 검찰총장을 수사하는 게 어려운 만큼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추 장관은 “공수처는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와 제 식구 감싸기에서 자초됐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 윤 총장 부인은 주가 조작 관여 의혹으로, 장모는 부동산 투자 과정에 사문서를 위조한 의혹으로 고발된 상태다.
추 장관은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찬성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성 정체성과 장애 여부, 병력, 외모,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 들어 장혜영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돼 있다. 법안 통과에 필수적인 거대여당 민주당의 입장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추 장관은 “차별금지법은 현재 국제사회의 추세로 보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확립하고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현재 시점에서 있을 수 있고 또 있어야 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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