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버티기 전략'... 美 대선 후 '새판 짜기'에 집중
북한이 '쌀 지키기' 총력전에 나섰다.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여파로 역대 최악의 식량난이 우려되지만, 자력갱생으로 버텨 보겠다는 신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선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새 판 짜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北, 연일 “낟알 한 알도 소중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농작물 생산은 당의 권위와 국가 존엄과 직결된 사업"(14일 1면), "가을걷이 성과를 만드는 게 자력부강 하는 길"(21일 1면) 등의 기사를 내 쌀 생산량 늘리기를 독려하고 있다. 21일 보도에선 "가을걷이와 낟알털기를 힘 있게 다그쳐서 해야 한다. 곡식을 제때에 털지 못하고 쌓아두면 영양물질 소모로 천알 질량이 줄어들고 짐승들에 의한 피해까지 입어 많은 알곡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낟알 하나도 소중히 하라는 절박한 지침을 내렸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북한이 노동신문 1면에서까지 쌀 생산을 강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자력갱생을 강화한다는 뜻인 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리띠 졸라 맨 김정은 '버티기 전략'
북한은 올해 들어 3중고(대북제재, 코로나19, 태풍)에도 외부 도움을 받지 않고 8개월째 봉쇄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북한의 쌀 생산량이 1994년 이후 최저치인 136만톤에 불과할 거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쌀 공급 총력전'으로 경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달 황해도 은파군 수해 현장을 시찰한 뒤 본인 명의의 예비 양곡과 전쟁 대비용 전략 물자를 풀기도 했다.
장마당 쌀값 급등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이 통제를 전례없이 강화했다는 전언도 있다. 북한 식량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데일리NK에 따르면, 평양의 쌀 1kg 가격은 올해 1월 4,520원에서 2월 5,630원으로 24.5% 뛰었다가 4월 이후엔 4,000~4,500원 사이로 비교적 안정됐다.
북한의 버티기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밝지 않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1일 "물자가 한정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특정 지역에 배급 물자를 풀면 주변 지역의 식량 사정은 더 악화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쌀 가격을 통제해 물가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에서도 시장화가 진행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구매력이 없는 극빈층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내년 1월 '새판 짜기'에 총력
김 위원장이 '허리띠 졸라 매기'를 다시 강조하는 것에는 미국 대선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 담판으로 대내외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어려울 때마다 국제 사회나 남한에 손을 빌리는 식으로는 경제난을 비롯한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통해 대외 전략을 발표할 때까지는 내부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는 한 남북관계는 조금도 풀어질 수 없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관계가 좋든 말 든 자연재해로 식량난이 발생하면 주변 국가나 국제기구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김 위원장 스타일은 다르다"며 "당분간 북한이 문을 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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