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마음들' 저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2018년 9월 19일 평양 능라도 5ㆍ1 경기장,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북한 주민을 상대로 연설했다.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어 누구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고작 2년이 흐른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남북관계는 차가워졌다.
“남북 정상들의 만남과 약속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요. 훗날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공유할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으니까요."
18일 전화로 만난 ‘갈라진 마음들'(창비 펴냄)의 저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분단 문제를 ‘마음’으로 접근한다. 분단 체제 극복의 돌파구는 남북한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무감각’. 김 교수가 꼽은 북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북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쏴도 남한 사람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또 저런다’는 체념, ‘그래 봤자’라는 냉소 등이 뒤엉킨 감정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때 초기엔 감염자가 50명만 넘어도 불안해하더니 이제는 100명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한다"며 "북한의 도발과 폭력에 익숙해지면서 당장 내 생존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무감각은 분단 구조를 당연시하고, 분단 없는 한반도를 꿈꾸지 못하게 한다.
북에 대한 또 다른 감정은 '적대와 혐오', 한편으론 '무시와 우월감'이다. 보수 정권은 북한을 ‘절대 악(惡)’으로, 진보 정권은 북한을 ‘철 없는 막냇동생’ 정도로 여겼다. 정반대지만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건 똑같다. 김 교수는 "남한이 ‘기획’하는 대북사업에 북한이 종종 퇴짜를 놓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
북은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핵과 남북 문제를 그린 영화 ‘강철비’와 ‘백두산’은 북핵을 남한이 활용해 안전과 평화를 보장받는다는 스토리를 그려낸다. "상수였던 비핵화는 사라지고, 더 힘 센 강대국이 되기 위해 핵 보유도 가능하다는 남한의 내재적 욕망을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래서 평화를 위한 첫 걸음은 ‘분단된 마음의 극복'이다. 당장 '탈북자' 대신 ‘북조선 출신자’라는 표현을 제안했다. '서울 사람', '대구 출신'처럼 탈북자들도 '북조선 출신'으로 부르자는 얘기다.
"분단이 만들어낸 마음이 우리에게 있다면, 그걸 바꾸는 것 또한 우리 마음 안에 있지 않을까요." 진짜 평화란, 정치인들의 거창한 약속이 아닌 시민들의 소소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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