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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대신 '북조선 출신자'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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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대신 '북조선 출신자'는 어때요?

입력
2020.09.21 18:20
수정
2020.09.21 21:5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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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마음들' 저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평양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평양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2018년 9월 19일 평양 능라도 5ㆍ1 경기장,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북한 주민을 상대로 연설했다.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어 누구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고작 2년이 흐른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남북관계는 차가워졌다.

“남북 정상들의 만남과 약속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요. 훗날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공유할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으니까요."


'갈라진 마음들' 저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배우려는 노력이 전제 되지 않으면 반쪽 짜리 평화 담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창비 제공

'갈라진 마음들' 저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배우려는 노력이 전제 되지 않으면 반쪽 짜리 평화 담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창비 제공


18일 전화로 만난 ‘갈라진 마음들'(창비 펴냄)의 저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분단 문제를 ‘마음’으로 접근한다. 분단 체제 극복의 돌파구는 남북한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무감각’. 김 교수가 꼽은 북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북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쏴도 남한 사람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또 저런다’는 체념, ‘그래 봤자’라는 냉소 등이 뒤엉킨 감정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때 초기엔 감염자가 50명만 넘어도 불안해하더니 이제는 100명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한다"며 "북한의 도발과 폭력에 익숙해지면서 당장 내 생존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무감각은 분단 구조를 당연시하고, 분단 없는 한반도를 꿈꾸지 못하게 한다.

갈라진 마음들ㆍ김성경 지음ㆍ창비 발행ㆍ328쪽ㆍ1만8,000원

갈라진 마음들ㆍ김성경 지음ㆍ창비 발행ㆍ328쪽ㆍ1만8,000원


북에 대한 또 다른 감정은 '적대와 혐오', 한편으론 '무시와 우월감'이다. 보수 정권은 북한을 ‘절대 악(惡)’으로, 진보 정권은 북한을 ‘철 없는 막냇동생’ 정도로 여겼다. 정반대지만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건 똑같다. 김 교수는 "남한이 ‘기획’하는 대북사업에 북한이 종종 퇴짜를 놓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

북은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핵과 남북 문제를 그린 영화 ‘강철비’와 ‘백두산’은 북핵을 남한이 활용해 안전과 평화를 보장받는다는 스토리를 그려낸다. "상수였던 비핵화는 사라지고, 더 힘 센 강대국이 되기 위해 핵 보유도 가능하다는 남한의 내재적 욕망을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래서 평화를 위한 첫 걸음은 ‘분단된 마음의 극복'이다. 당장 '탈북자' 대신 ‘북조선 출신자’라는 표현을 제안했다. '서울 사람', '대구 출신'처럼 탈북자들도 '북조선 출신'으로 부르자는 얘기다.

"분단이 만들어낸 마음이 우리에게 있다면, 그걸 바꾸는 것 또한 우리 마음 안에 있지 않을까요." 진짜 평화란, 정치인들의 거창한 약속이 아닌 시민들의 소소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당부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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