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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밀 행정처에 보고' 이태종 전 법원장 1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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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밀 행정처에 보고' 이태종 전 법원장 1심서 무죄

입력
2020.09.18 14:00
수정
2020.09.18 16:4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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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건 4건에서 6명째 줄줄이 무죄
검찰 "기획법관 단독 범행으로 몰아가... 항소할 것"

법원 내부 비리에 대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 서부지법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 내부 비리에 대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 서부지법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 내부 비리에 관한 검찰의 수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수사기밀을 빼돌려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60ㆍ사법연수원 15기) 전 서울서부지법원장(현재 수원고법 부장판사)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4건에서 6명째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김래니)는 18일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법원장은 2016년 10~11월 법원장 재직 당시 집행관 사무소 직원에 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법원 직원들에게 영장 사본 등을 빼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수사확대를 저지할 목적도 없었고, 직원들에게 수사기밀을 확보하라는 지시도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수집된 증거를 보면 수사확대 저지에 관한 내용은 없고 오히려 법원장으로서 철저한 감사를 지시한 정황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이 이 전 법원장의 지시를 인정했다가 법정에서 번복했지만, 재판부는 “당시의 정황 증거를 고려하면 그들의 법정 진술을 더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설사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법원장으로서 정당한 직무수행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나상훈(43ㆍ31기) 당시 기획법관과의 공모도 인정하지 않았다. 나 판사는 기획법관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수사 기밀을 임 전 차장에게 직접 보고한 인물이다. 앞서 나 판사는 “일부 보고 사실은 이 전 법원장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나 판사가 말하는 날짜, 시간과 당시의 상황이 맞지 않아 정확한 진술인지 의문이 든다”고 일축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을 수사할 때 이동식 저장매체(USB)에서 나 판사의 보고서를 확보하며 이 사건은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압수영장 내용과 이 전 법원장의 혐의가 다르다”며 보고서와 그에 기초한 진술조서 중 일부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법원장은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서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재판해 온 한 법관의 훼손된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로써 현재까지 1심이 선고된 사법농단 사건에서는 모두 무죄 판단이 나왔다. 올해 1월 가장 처음으로 선고를 받은 유해용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인’ 특허 소송 진행상황을 보고해 기소됐지만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받았다. ‘정운호 게이트’ 수사상황을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신광렬ㆍ조의연ㆍ성창호 부장판사는 "직무상 정당하고 수사정보도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역시 무죄가 선고됐다.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재판 개입 행위가 ‘직무 권한 내’에 있지 않아 형법상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선고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또다시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검찰이 애초에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지적과 함께 “법원이 또한번 제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재판부가 나 판사의 단독 범행인 것처럼 결론 내리고 위법ㆍ부당한 지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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