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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할퀴는 교사 마음

입력
2020.09.18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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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처인구 한터초 교사가 온라인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한터초 교사가 온라인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그동안 참았던 불만이 여기저기 터진다.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해야 하는 학교도 편할 날이 없다. 교사들과 학생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종일 집에 있는 아이를 보아야 하는 학부모들도 속이 편하지 않다.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마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등장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지 교육부는 급기야 지난 9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하며 원격수업에 대한 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방역 지침은 따를 수밖에 없지만 원격수업 지침이 화를 키웠다.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원격수업 기간 중 모든 학급에서 실시간 조·종례를 운영하고, 주1회 이상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원격수업도 대면수업과 수업 시간을 똑같이 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교사들이 이렇게 다 못하고 있는 것은 의지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가 쉽지 않고, 그렇게 해서는 아이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당국은 애꿎게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 방식을 문제 삼았다. 어떻게 국가가 교사의 수업 방식을 간섭한단 말인가? 이는 국정역사교과서보다 더 교육과는 거리가 먼 위험한 발상이다. 교사들이 느끼는 모욕감과 울분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결국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을 여론무마용으로 발표한 셈이다. 교육은 사람을 자라게 하는 것이다. 이를 다루는 게 교육정책인데 그 정책이 이렇게 땜질처방으로 발표되면 안 된다. 아이를 자라게 하려면 섣부른 조바심을 내기보다 아이를 믿고, 아이에게 맡기고, 아이가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원격수업은 교사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아이들과 같이 해내야 하니 더 신경이 쓰인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어떻게든 이 난관을 넘어서려고 애쓰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수업만큼은 교사를 믿고, 교사에게 맡기고, 교사가 필요하다는 걸 제때 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게 교육당국이 할 일이다.

원격수업으로 학습 격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으니 이도 한 번 짚어보자.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를 집에서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걱정과 불안은 크다. 반 아이들 모두의 학습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교사는 이 강도가 훨씬 세다. 그렇다고 누가 이를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대면수업을 늘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 결국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은 원격수업이 끝나야 끝난다. 그런데 끝을 알 수 없기에 불안하고 답답하다. 그렇다고 그 불만을 교육당사자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건 모두에게 옳지 않다.

서로를 탓하느라, 학습 격차에 주목하느라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아이들의 사회성에 문제가 생겼다. 또래와 선생님을 통해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져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사회성은 교육도 교육이지만 관계로 형성된다. 별 수 없다. 물리적 거리는 두어야 하니 심리적 거리라도 가깝게 해서 관계를 이어 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교사는 청원글 속의 교사처럼 무책임하지 않다. 도무지 수긍할 수 없는 글이지만 행간에 아이의 사회성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읽혔다.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기 위해 동의 하나를 추가하고 코로나에 할퀴는 마음을 다잡는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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