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美 대중 관세 부당 판정나오자
"홍콩 지위 약화 시도" 뒤늦게 반발
홍콩 정부가 미국이 홍콩산 수출품에 ‘중국산(메이드 인 차이나)’ 표기를 의무화한 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식 통보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미중 관세분쟁에서 중국의 손을 들어주자 사실상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있는 홍콩도 곧바로 미국에 반기를 든 것이다.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폴 호로비츠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 대행을 만나 홍콩산 수출품에 대한 중국산 표기 의무화 철회 내용을 담은 서한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은 WTO 회원국”이라며 “독립적 관세지역인 홍콩 지위를 약화시키려는 미국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시도는 매우 부적절하고 WTO 규정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11일 “홍콩은 중국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충분히 자율적이지 않다”며 이달 25일부터 홍콩산 제품의 메이드 인 차이나 표기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폐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이후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수출업자들의 이행 준비 기간을 고려해 적용 시점을 11월 9일로 늦췄다.
홍콩은 “WTO에 제소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5일 WTO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부과한 관세는 무역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판정하자 기다렸다는 듯 행동에 나섰다. 이 같은 지적에 야우 장관은 “홍콩은 미국이 해당 조치를 발표한 날부터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며 “해당 조치에 대해 파악하고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홍콩의 제2 수출국이다.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들에는 이번 조치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홍콩의 철회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고, WTO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실질적 해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친중 자유당을 이끄는 펠릭스 청(鍾國斌)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의미 없는 보여주기식 항의로 보일 수 있지만 홍콩의 국제적 이미지와 독립된 WTO 회원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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