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없는 해직은 없다. 하지만 최근 이스타항공 사태는 정도가 심하다. 상식도 도의도 찾아보기 어려운 정리해고 방식에 말문이 턱 막힌다. 직원들은 앞장 서서 고통 분담을 해왔다고 한다. 임금 삭감, 자발적 휴직 등을 통해서다. 딱히 원하지 않는 휴직을 한 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고, 집에 간난 아기와 아내가 있는데 반년 넘게 월급 한 푼 받지 못한 채 출근 중인 경우도 있다.
희생의 대가는 황망했다. 임금은 7개월째 체납 중이고, 4대 보험료 미납으로 고용유지지원금도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청춘을 바친 회사를 위해 인내, 희생했지만 그 보답으로 해고를 돌려받았다는 환멸에 직원들은 안 그래도 기막힌 해고를 더 아프게 감내하고 있다.
창업자이자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체로 ‘나 몰라라’로 일관했다. “재산이 32평 집 하나 뿐”이라는 주장 속에 6월 말 관련 주식 헌납을 약속한 게 거의 전부다. 그나마 증여세 탈루 의혹 무마용이란 눈총이 따갑다. 해당 지분 가치가 체불임금에도 미달한다는 평가도 있다. ‘예의주시’만 하던 민주당이 16일 윤리감찰단을 신설하고 첫 감찰 대상으로 이 의원을 지목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감찰단은 당내 검찰 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역할, 이를 넘겨 받을 윤리심판원은 법원의 역할’이라는 부연 설명은 묘한 불안감을 남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소속 의원의 품위 훼손’을 넘어선다. 당이 조사하고, 당직ㆍ당권을 정지시키는 심판자 역할만 한다면 민주당이 이 의원이라는 꼬리만 잘라내는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이 의원은 임금체불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민주당의 공천을 받았다. 안 그래도 이번 사태는 이 의원의 꼬리 자르기 의혹 속에 거듭 악화했다.
이번 감찰이 이 의원으로부터 ‘직원들이 납득할 조치’를 이끌어 내는 설득의 시발점이자 도화선이 되길 바란다. 각종 편법, 불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도 요구되는 만큼, 민주당은 필요하다면 관련 혐의 고발도 검토해야 한다. 늘 ‘을의 옆자리’를 약속해온 민주당에게 해고자들이 지금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특정 의원 손절'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정치의 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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