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등 접경지 수해로 지뢰 유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농민들 호소
도의회 "보상방안 시급" 정부에 촉구
중부전선 민간인통제선 내 마을인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김종연(53) 이장은 요즘 걱정이 한가득이다. 지난 여름 수해로 지뢰가 떠내려온 탓에 한가위를 앞두고도 주민들이 벼베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열흘 가까이 이어진 비로 논 770㏊가 물에 잠긴 철원에선 발목지뢰 30발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23발이 농경지에서 수거돼 농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더구나 지뢰탐지 작업으로 농민들이 제때 수확을 할 수 없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김 이장은 "추석 대목을 겨냥한 햅쌀 출하를 위해서는 벼베기에 들어가야 한다"며 "애써 기른 작물이 제값을 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마냥 군 당국 조치를 기다릴 수 없어 일부 주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한 벼베기에 나서려 한다는 게 김 이장의 얘기다.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이제라도 제대로 된 지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원 동송읍 주민 최종수(54)씨가 이달 초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강원 철원군 등 접경지역이 지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합참은 지난달 3일부터 강원 접경지역에서 지뢰 159발을 수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발목지뢰로 불리는 M-14 대인지뢰였으나 대전차 지뢰도 일부 수거됐다. 대인지뢰는 플라스틱 재질로 무게가 100g에 불과하다. 폭우에 농경지 여기저기로 휩쓸려 내려와 사고를 일으켜 농민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이에 따라 강원도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우선 지뢰피해를 막기 위해 대형 콤바인 2대를 정연리와 이길리 농가에 지원키로 한 것이다. 수확을 마친 뒤엔 논바닥을 깊이 갈아엎는 등 지뢰 제거작업을 마무리한다.
강원도의회도 16일 안전보장과 피해대책을 서둘러 마련해달라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도의회는 "유실된 지뢰를 탐색, 제거하려면 농작물 훼손이 불가피하지만 피해 보상이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차원의 대책을 호소했다. 이어 풍수해보험에 지뢰피해 등 접경지역 관련 보장 특약을 신설해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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