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탓에 팔 물건 없다는데… 차례상 준비 어쩌나" 추석 앞두고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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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탓에 팔 물건 없다는데… 차례상 준비 어쩌나" 추석 앞두고 울상

입력
2020.09.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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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차례상 비용 21만3000원…1년새 10% 올라
"가격 올랐어도 내놓을 물건 없어" 농민도 울상

추석을 앞두고 16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과일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침체된 한가위가 예고된 가운데, 추석 명절 차례상을 차리는 주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례상을 차리는 데 작년보다 10%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 위축에도 불구하고 긴 장마와 수확기에 몰아닥친 태풍의 영향이다.

가격이 올랐다면 생산 농가가 웃을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추석 명절 ‘대목’을 보름 앞두고도 장에 내놓을 물건이 없는 탓이다.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와 수해를 겪은 농민들은 "작년 추석에 비해 판매할 양이 절반도 안 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16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차례상에 오르는 품목 36개를 조사한 결과 6, 7인 기준 상을 차리는 데 21만3,428원이 들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19만3,938원)보다 10.1% 상승한 것이다. 전국의 산물이 집결하는 서울 물가와 상승폭은 전국 추석 물가 분위기를 대변한다. 조사는 지난 9일 서울시내 주요 생활권역 7개 자치구 전통시장 14곳에서 이뤄졌다.

추석물가 상승은 채소류가 이끌었다. 알배기배추 300g은 4,156원으로 작년 대비 114% 상승했다. 또 애호박(3개) 가격은 6,191원으로 79%, 대파(1단)는 3,949원으로 71% 각각 올랐다. 긴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했던 데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작황이 좋지 못했다. 이 밖에도 도라지(300g)가 4,375원으로 전년 대비 21% 상승하는가 하면, 오징어(3마리) 9,393원(17%), 국거리용 국내산 쇠고기(300g) 1만8,321원(17%), 쌀(1㎏) 5,176원(16%) 등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 등으로 채소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상차림 비용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올해 추석 차례상 물가 10% 상승


특히, 조사 시점에 제대로 가격 반영이 안 된 사과와 배의 가격은 본격적인 출하가 이뤄지는 산지에선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만큼, 실제 차례상 비용은 서울시가 공개한 비용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경북 포항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최영조(69)씨는 “올봄 냉해로 사과꽃이 얼어 30%가량 손실을 봤고, 긴 장마에 태풍으로 또다시 30% 이상 낙과 피해를 입어 추석 상품으로 판매할 물량이 지난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로 한 상자(10㎏) 가격은 4만8,000원으로 전년(3만3,000원) 대비 45% 올랐다.

전국 배 생산량의 12%를 점하는 충남의 경우 올해 배는 작년보다 10%가량 올라 한 상자(7.5㎏)가 3만~4만원에 출하되고 있다. 천안배원예협동조합 심훈기 상무는 “사과, 포도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대체과일로 부상한 배도 가격이 따라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남 구례농협 농산팀장도 “ ‘구례배’ 7.5㎏ 한 상자를 작년에 3만2,000원에 팔았지만, 올해는 수확량 감소로 4만7,000원에 팔고 있다”며 “30~40% 정도 오르지 않는 과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몰고 온 강풍으로 엉망이 된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의 한 사과 과수원 풍경. 독자 제공

사과와 배 등 성수품 가격 상승은 다른 과일의 가격도 밀어 올리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하우스감귤(3㎏) 가격은 현재 1만6,700원으로, 작년 동기(1만3,400원) 대비 20%가량 올랐다. 황금향도 1만8,000원(3㎏)으로, 전년대비(1만5,800원) 14% 상승했다. 애플망고는 13만원(7∼8수)으로 작년(11만원) 대비 18% 올랐다. 도 관계자는 “시설재배 과일이 사과와 배 대체재로 부상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값은 올라도 정작 농촌은 침울하다. 경북 포항의 최씨는 "작년 대목에 비하면 판매할 수 있는 양이 반도 안 된다”며 “단가가 올라도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전북 무주 등 다른 재배지도 비슷하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인건비가 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한다. 고랭지 배추 산지인 강원 대기리의 경우 3.3㎡당 8,000원 안팎이던 생산비가 올해 1만원까지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오는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한 탓이다. 농협 강원지역본부 농촌지원단 관계자는 "태풍, 장마로 농작물들의 생산량은 물론 상품성까지 떨어진다”며 “비축물량 방출 등 정부의 수급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춘천= 박은성 기자
천안= 이준호 기자
제주= 김영헌 기자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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