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승소했지만... 맘껏 웃지 못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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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승소했지만... 맘껏 웃지 못하는 중국

입력
2020.09.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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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폭탄 부당성 입증에 미지근한 반응
"도덕적 성과일 뿐"... 추가 보복조치 없을 듯
PCA 영유권 판결 무시 전례... "역공 당할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중국은 2018년부터 미국으로부터 2,340억달러(약 276조원) 규모의 수출품에 최대 25%의 관세폭탄을 맞았다. 이후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리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15일(현지시간) 승소했다. 환호성을 지를 법도 하건만 반응이 미지근하다. 미국과 전방위로 충돌하면서 거친 공방을 벌이던 것과는 딴판이다. 오히려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기색마저 엿보인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WTO 판정에 대한 성명에서 "WTO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미국이 다자무역체제를 보호하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의 승리이자 미국에는 타격'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더 이상 미국을 겨냥한 날 선 표현은 삼갔다.

중국 매체들도 톤을 낮추며 추이를 살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에 미칠 파장이 불투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가오링윈(高凌云)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도덕적으로는 성과가 있지만 반덤핑이나 반보조금 판정의 법적 파장과는 다르다"며 "미국의 부당한 무역정책에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쑹궈유(宋國友) 푸단대 경제외교센터장은 "국제규범과 규칙을 무시해온 트럼프 정부가 판정을 수용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매체는 "미국과 관세로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국가들에게 이번 결정이 위안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의 횡포에 맞서 중국이 다자무역 체제 수호의 물꼬를 텄음을 부각시키려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 1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중국의 이 같은 반응은 WTO의 결정에 따른 실익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서다. 텅쉰왕은 "중국이 수십억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론적으로 말하면'이란 전제를 달았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은 전날 미국산 윤활유ㆍ농약 등 16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면제 조치를 1년 더 연장하며 미국에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지난 1월 미국과 맺은 무역협상 1단계 합의가 헝클어지면 안 된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중국 스스로 국제법에 따른 판정을 무시한 전례가 있어 미국에 WTO 결정의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민망한 처지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2016년 7월 상설중재재판소(PCA)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국은 공개적으로 불복 의사를 밝히는 수준을 넘어 잇단 무력과시를 통해 실효지배력을 높여왔다. 베트남도 중국을 상대로 영유권 소송을 추진 중이어서 중국이 WTO 판결 결과를 앞세워 미국을 몰아세웠다간 자칫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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