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두고 국책연구기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학계 사이에 '삼각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15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뒤, 이 지사가 16일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조세연을 나무라자, 이한상 고려대 교수 등은 "주요 대권후보가 학자를 탄압한다"고 다시 이 지사를 비난했다.
정부가 조세연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의 과도한 지역화폐 발행을 막는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정부는 일단 "과도한 추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역화폐 효과' 난타전
앞서 조세연이 보고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 추진 중인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연간 2,000억원 넘는 손실을 발생시킨다"고 분석하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지역화폐 발행을 적극 추진하는 이 지사는 "이재명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며 조세연을 정면 비판했다. 이 지사는 "지역화폐는 골목상권을 살리고 국민 연대감을 제고하는 최고의 국민체감 경제정책"이라며, 조세연을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지사의 비난에 조세연은 공식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학계에서는 조세연을 두둔하며 이 지사 발언을 문제삼고 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지역화폐가 최선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은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은 다 알 수 있다"며 " 주요 대권후보라는 분이 학자들을 탄압하는 발언을 하고, 나만 옳다는 식으로 나서는 것은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점 중 하나가 경제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라면, 이재명 지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이 경제를 잘 안다는 과도한 자기확신인 것 같다"고도 꼬집었다.
김두얼 명지대 교수도 "이재명 지사는 조세연의 연구 결과를 `근거 없다`고 비난하면서, 정작 지역화폐가 좋은 이유에 대해선 역시 근거 없이 `주지의 사실`이라고만 주장한다"고 적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도 "시장의 현상이 맘에 안드니까, 정부가 직접 하겠다는 접근은 필패한다"며 이재명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반격에 재반격… 학계서도 판단 갈려
학계가 이 지사를 비판하고 나서자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경기연)은 이 지사를 엄호하고 나섰다. 경기연은 "지역화폐는 작년부터 본격 사용됐는데 조세연은 2018년 이전 자료로 분석하는 등 부실한 자료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조세연을 정면 겨냥했다.
사실 지역화폐의 효과를 두고는 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난 2018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발행에 따라 소상공인 1인당 연 2.13% 추가 소득이 발생했다"고 긍정 효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재정학회가 전국 22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화폐의 신규 도입이나 발행 확대는 해당 지역의 고용 규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조세연이 지방화폐의 경제효과를 분석하면서 정부 산하기관인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의 경제 효과는 인정한 것이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됐다고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경기도 등 지방자치 단체의 과도한 지역화폐 발행에 제동을 걸려는 정부정책 수립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은 특정 지역 경계 없이 전국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 지역화폐와는 차이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정책을 수립하기 전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모든 사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도 정부 정책 수립외 다양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를 무조건 정부 정책 방향과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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