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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때는 송아였으니까... SBS '브람스를...'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로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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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때는 송아였으니까... SBS '브람스를...'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로 호평

입력
2020.09.17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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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로 인기몰이 중이다. SBS 제공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로 인기몰이 중이다. SBS 제공


"언니, 바이올린 잘해요?"

"(뜸들인 후) 좋아해. 아주 많이."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채송아(박은빈)는 "잘한다"는 말 대신 "좋아한다"는 말을 고른다. 지난달 31일 첫 회로 전파를 탄 이 장면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휘저었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도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4수 끝에 음대에 들어간 송아는 동료들의 압도적 재능 앞에서 한껏 주눅든 상태다. 바이올린을 너무 좋아해서 잘하고 싶은 그의 마음은 그저 짝사랑에 머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이상민 제작PD는 "남녀간이든 꿈 혹은 희망에 대한 것이든 살면서 짝사랑을 안 해본 사람은 없지 않나"라며 "우리 모두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고, 결과에 상관없이 그 사랑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극중 인물들의 마음에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하는 청춘들의 흔들리는 꿈과 사랑을 다루고 있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잔잔하게 인기몰이하고 있다. 특히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전개되는 드라마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섬세한 연출, 공감을 부르는 대사,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흠잡을 데 없는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라는 호평이 잇따른다.

무엇보다 배우의 힘이 눈에 띈다. 박은빈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박준영을 연기하는 김민재 등 젊은 배우들이 무리 없이 배역에 녹아든다. 박은빈은 "대본 해석과 디테일한 표현이 매우 훌륭하다"는 평이다. 특유의 맑고 깊은 눈으로 자칫 답답해보일 수 있는 송아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다.

김민재 역시 꼼꼼한 캐릭터 연구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비교될 정도다. 반듯한 가르마와 셔츠에 백팩을 메고 다니는 차림새, 쇼팽 콩쿠르 입상 경력 등이 조성진과 흡사하다는 것인데, 젊은 남자 피아니스트 여럿을 연구해 완성한 스타일링이다. 김민재는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가운데 '트로이메라이',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2악장의 생일축하곡 변주를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제목 '브람스'는 삼각 관계를 상징한다. 브람스는 스승 격이었던 음악가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짝사랑한 일로 유명하다. 송아와 준영이 절절한 짝사랑을 극복하고 서로에게 마음이 향하는 과정은 흥미를 자아낸다.

탄탄한 짜임새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이 작품이 데뷔작 격인 류보리 작가는 실제 바이올린 전공자다. "음악하는 사람들 간의 경쟁, 질투와 동료애, 연민이 공존하는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송아가 예중ㆍ예고를 나온 동기들 사이에서 겉돌거나 피부가 약해 악기가 닿는 목덜미에 상처가 생기는 설정 등은 전공자로 살려낸 디테일이다.

적재적소에 깔리는 음악과 내레이션은 깊이를 더한다. 꿈이었던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지 못한 송아가 준영의 연주를 보면서 "내 안에 담긴 것이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고 독백하는 장면에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1악장의 웅장한 선율이 흐르며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이다. 드라마와 음악의 궁합이 잘 맞다보니 연주 장면이 너무 적다는 불만 아닌 불만도 나온다.

"음악은 정말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정작 내가 언제 위로받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떠오르는 건 오로지 내 짝사랑이 상처받았다는 순간들뿐." 쓸쓸하게 읊조리던 송아는 곧 다시 일어선다. "상처 받고 또 상처 받으면서도 계속 사랑할 것임을 그날 알았다"고 말하며. '브람스를 사랑하세요?'는 그래서 힘을 얻는다. 누구나 한 때 송아였을 테니까.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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