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장편소설 '프리즘'
아역 출신의 연기자가 성인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꼭 한 번은 거쳐가야 할 코스 중 하나는 멜로 연기다. 사랑이 어른들만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데뷔작 ‘아몬드’로 청소년 소설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은 손원평 작가가 이번에는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신작 장편소설 ‘프리즘’을 들고 독자를 찾았다. '아몬드'는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미국을 비롯, 14개국에 번역됐고 올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올랐다.
앞서 두 번째 장편소설인 ‘서른의 반격’을 펴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연애’를 앞세운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프리즘’은 성인 소설 작가로서의 작가의 또 다른 도약을 보여준다. 2018년 여름부터 2019년 가을까지 문예지 악스트에 ‘일종의 연애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됐던 것을 엮은 것이다. 청소년 소설, 스릴러 영화 연출, 연애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이야기꾼으로 거듭나려는 작가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소설은 도원과 재인, 호계와 예진 등 20대에서 30대에 걸친 네 남녀의 여러 갈래로 흩어진 마음을 프리즘에 반사된 여러 가지 빛깔로 표현한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도원과 예진은 점심시간마다 함께 커피를 마신다. 둘 중 누구라도 먼저 다가서면 연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일렁이지만, 연애가 시작되기 직전 부풀어오르는 마음을 즐기는 중이다. 또 한편에는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재인과 그곳에서 일하는 호계가 있다. 우연한 만남으로 호계와 예진은 친구가 되고, 한 자리에서 마주치게 된 네 남녀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
도원과 재인은 과거 안타깝게 인연이 끊어졌던 사이다. 재회한 이들은 어긋났던 인연의 끈을 다시 붙여보려 시도한다. 그러나 도원을 향한 마음이 커질 대로 커진 예진은 재인의 치명적인 비밀을 도원에게 털어놓음으로써 혼란을 부추기고, 그런 재인의 무모한 선택을 보며 호계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작가는 계절이 바뀌듯 부풀었다가 냉담해졌다가 지질해지는 네 남녀의 모습을 통해 연애의 다양한 면모를 들춘다. 그리고 연애의 끝에 남는 것은 완벽한 인연이 아니라 사랑의 경험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나 자신임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연애 소설은 또 하나의 성장 소설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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