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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서 일하다 걸린 희귀질환... 16년 만에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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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서 일하다 걸린 희귀질환... 16년 만에 산재 인정

입력
2020.09.1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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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서 원고승소 판결
"노동자가 발병원인 입증 어려운 점 적극 고려해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윤주영 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윤주영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중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법원 판결로 발병 16년 만에 ‘산업재해’ 승인을 받게 됐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손성희 판사는 지난 10일 전직 삼성 반도체 공장 직원이자 ‘시신경 척수염’ 환자인 A(41)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의 병은 산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A씨는 지난 1997년 18세의 나이로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입사 7년 만이었던 2004년 ‘급성 횡단성 척수염’에 걸렸고, 이후 최종적으로는 ‘시신경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시신경 척수염은 시신경과 척수에 염증이 생겨 시력 저하, 사지 마비 등의 증상을 초래하는 희귀질환이다.

2005년 퇴사한 A씨는 2017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법상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요양급여는 산재보험 가입자가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진찰ㆍ치료ㆍ수술ㆍ입원 등을 해야 할 때 산재보험에 따라 지급되는 관련 비용을 가리킨다. 하지만 공단은 “A씨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업무수행 중 노출된 유해물질에 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면서 산재로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희귀질환의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사정, 산재보험 제도의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산재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근무 당시 공장 작업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공기를 타고 전체 공정의 유해물질이 순환된 점 △근무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호흡용 보호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점 △A씨가 상당한 초과근무를 한 점 등에 주목했다.

특히 재판부는 “시신경 척수염의 직업적 발병 원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해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을 사업주나 노동자 어느 한쪽에 전가하지 않고 사회가 분담하도록 하는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인 반올림은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적극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반올림은 보도자료에서 “24세에 희귀질환 진단을 받은 A씨는 질병 원인을 스스로 밝혀야 했다”며 “발병 원인의 증명 책임을 열악한 지위의 노동자에게 지우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판결은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관행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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