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살면서 강진의 인물역사를 정리하는 것이 꼭 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했다."
조선 후기부터 최근까지 활동한 전남 강진 출신 인물들을 기록한 4권의 책이 8년에 걸쳐 완간돼 화제다. 이를 완성한 주인공은 강진일보 주희춘(54ㆍ사진) 대표다.
2012년부터 지역의 인물사를 연구한 주 대표는 강진인물사 1ㆍ2ㆍ3권에 이어 최근 여성인물사까지 발간, 농어촌지역인 강진의 근대사 인물을 정리하는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출간한 여성인물사는 조선시대 사의재 주모부터 양노린 수녀, 박영옥 열사, 김감순 선생, 김영례 선생, 오승례 선생, 조덕희 선생, 신순덕 선생, 이물 선생, 함동정월 선생 등 강진 근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10명의 삶을 담고 있다.
강진읍 소재 사의재 주모는 1801년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 유배왔을 때 방을 내준 주모로 다산 선생이 기록을 남겼다. 이 주모는 다산선생에게 "남녀는 왜 불평등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대학자를 놀라게 했다. 양 수녀는 34세에 미국에서 건너와 41년 동안 강진 성요셉요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은 가르쳤던 선생님이었고, 박 열사는 1919년 4월 4일 강진만세운동에 참여해 체포된 후 재판을 받았다. 추궁하는 판사에게 "조국잃은 내가 조국을 찾겠다는데 무슨죄냐"고 항변한 그의 기록은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주 대표는 "역사의 기록은 대부분 남성 중심인데, 강진의 여성사도 그 그늘 속의 역사라 할 수 있다"며 "이 책은 그런 반성에서 출발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할은 위대했으나 그 위상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강진 여성들을 삶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 대표는 강진인물사를 통해 새로운 역사적 사실도 밝혀냈다. 6ㆍ25 정전회담 당시 북한 대표로 나왔던 남일은 훗날 북한 외무상과 부수상까지 오른다. 북쪽 인물로 알려진 남일이 강진 병영면 박동마을 출신이란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중국에서 한국전쟁을 연구하는 학자들로부터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1960~70년대 호남인들이 대거 제주로 이주한 ‘호남인 제주 이민사’(가제)를 집필 중이다. 주 대표는 "강진인물사가 과거를 평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작은 자료가 됐으면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2년초부터 강진인물사를 정리한 주 대표는 2017년말까지 27명의 강진출신 경제ㆍ종교ㆍ정치ㆍ체육ㆍ학계ㆍ문학 등 다양한 직업군 인물사 3권을 연이여 출간했다. 강진의 전설적인 부호 김충식, 비운의 공산주의자 윤순달, 유신독재에 항거한 목사 윤기석, 서울지하철공사 초대사장 김재명, 5ㆍ18 마지막 수배자 윤한봉, 국회의원이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황호동, 남도의 호랑이라고 불린 차종채, 북한의 전쟁영웅 남일, 아남그룹 창업주 김향수, 근대 불교정화운동의 주역 금오스님, 국내 최초 미국경제학박시 1호 김병국 전 서강대 학장, 영랑 김윤식 시인, 병영상인 대선제분 창업주 박세정 회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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