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소신인가, 아니면 정치적 꼼수인가.'
이용섭 광주시장이 불쑥 내던진 '광주ㆍ전남 행정통합론'이 파장을 낳고 있다. 광주와 전남을 하나로 묶어 상생과 동반성장을 이루자는 이 시장의 제안이 되레 두 지역간 미묘한 갈등 관계만 부각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 시장은 15일 광주ㆍ전남 통합에 대한 실무 준비를 해달라고 직원들에게 특별지시했다. 지난 10일 열린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대비 정책토론회' 축사에서 "광주ㆍ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한 지 닷새 만이다. 이 시장은 이날 통합 당위성으로 △국가 균형 발전ㆍ도시 경쟁력 제고 △지자체 초광역화 추세 △소지역주의나 불필요한 경쟁 탈피 등을 들었다. 이 시장은 "동일 생활권인 광주ㆍ전남이 통합하면 자생력과 자립경제가 가능해 지금보다 강력한 경제블록이 형성되고 지방분권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이 제안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고 어떤 정치적 계산도 없다. 통합논의 자체가 최고의 상생이며 동반성장의 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안의 '순수성'을 의심하자 내놓은 발언으로 보였다.
그러나 전남도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11일 "광주ㆍ전남 통합에 공감하고 찬성한다"는 성명을 냈던 도는 "그건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입장을 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도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낸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이 시장이 시ㆍ도통합 논의를 공식화하자 불쾌한 감정을 숨지지 않았다.
도의 한 고위 간부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시의회나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추진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이 시장의 '즉흥성'을 꼬집었다. 도는 "22개 시ㆍ군과 도민들의 의견수렴이 가장 먼저다"고 이 시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여기엔 결코 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괜히 광주시와 머리를 맞대면서 시비거리를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이 시장발(發) 시ㆍ도통합 제안에 대한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기류도 호의적이지는 않다. 이 시장의 느닷없는 시ㆍ도통합 논의 제안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정구역 통합은 광주시와 전남도가 먼저 상생을 회복한 뒤 면밀한 사전검토와 주민들의 공감대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민간공항 이전 재검토와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문제 등을 두고 시와 도가 사사건건 부딪히는 상황에서 시ㆍ도통합 제안은 생뚱맞다는 것이다. 광주시의회도 "의회와 상의 없이 이런 방식으로 통합 논의를 던진 데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선 "이 시장이 이슈를 이슈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군 공항 이전 문제 등 전남도와 관련된 지역 현안을 두고 시가 밀리는 듯 하자 이 시장이 면피용 출구전략을 짠 것이라는 얘기였다. 전남도 내부에선 "시ㆍ도통합론으로 지역현안 해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이 시장의 프레임에 걸려들지 말자"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실제 이 시장이 "매 사안마다 각자도생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 공멸뿐"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한 시민단체의 시각은 좀더 사실적이다. 전남 바르게살기운동연합 관계자는 "이 시장의 인기가 떨어지자 다음 지방선거를 의식해 내놓은 전략인것 같는데, 광주ㆍ전남의 시민들이 그리 멍청하지 않다"며 "군 공항 이전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시ㆍ도 행정통합을 얘기하느냐"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인사는 흥미로운 전망을 내놓았다. "분명 시도통합 논의를 해볼만 하지만 시점이 묘하다. 일단 시ㆍ도민들의 거부감을 해소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시장이 이슈 선점 차원에서 이 문제를 꺼냈을 수도 있는데, 논의가 진전이 없으면 자짓 정치적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두고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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