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촐리토의 죽음이 움직인 칠레인들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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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촐리토의 죽음이 움직인 칠레인들의 마음

입력
2020.09.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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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동물과 공존 방법 찾으려는 칠레 산티아고
곳곳에 버려지던 동물 보호하자는 움직임 일어

칠레 시위대와 함께 물대포 맞는 유기견. AP=연합뉴스


"기린을 만나고 싶어요."

처음 지구 유랑을 준비하며, 왜 떠나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나는 아직도 기린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기린은 아직까진 내 상상 속 동물이다. TV에 나오거나, 잡지에서 사진을 볼 때도 가상의 동물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실제로 기린을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푸르른 세랭게티 초원을 뛰노는 기린, 그를 쫒는 사자 무리, 그 옆의 하이에나들.

케냐와 탄자니아 사이에는 국경이 분명히 있지만, 케냐의 마사이마라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초원을 계절에 따라 오가는 동물들에게는 그 경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오늘 날 많은 도시에서 교육을 위하거나 동물 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동물원을 운영한다. 동물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 관광객 앞에 선 모델? 감옥에 갇힌 죄수? 그것도 아니라면, 때 되면 사람들이 먹여주고 재워주는 지상 낙원?

현재 인간의 삶에서 동물은 꽤나 중요한 동반자다. 푸르른 초원의 야생 동물들이 먹고 먹히는 모습을 보면 잔인하단 생각이 들면서도, 동물원 동물들은 안쓰럽고, 인간이 사는 집 안으로 온 평생의 반려동물을 보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내팽개쳐졌거나, 길에서 태어난 동물들까지.

중국의 황실견으로도 활약하는 티베트출신의 마스티프 종, 사자개라 불리운다. AP=연합뉴스.


처음 동물에 관심을 갖게 한 곳은 중국이었다. 한 때, 한 마리에 28억 원까지 갔다는 사자견. 부자들의 상징으로 선물로 주고받으면서 치솟은 강아지 가격이 실제 사자보다 비싸지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치고는 엄청난 가격이지만, 구하기 쉽지 않고 ‘사자 닮은 말 잘 듣는’ 강아지라는 특징을 감안하면 꽤나 멋진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부패척결이 전 방위적으로 펼쳐지며, 부패한 부자로 낙인찍히기 쉬운 사자개 소유를 기피하고, 선물을 주고받았던 부자 커플은 이별의 순간을 맞아, 헤어진 마당에 애물단지가 된 강아지들을 몰래 갖다 버린다. 결국 사자견의 가격은 우리 돈 5천 원대. 참 기막힌 아이러니다. 이렇게 유기된 반려견이 사자견을 포함해 중국 전역에 4,00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이것은 공유 개인가? 사람들 곁을 지키는 거리의 개들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버스정류장 주변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 개들(왼쪽). 산티아고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대형 개들은 사람을 경계하진 않지만, 사람을 위협하지도 않았다. 이동학 작가

유기견이 많은 곳은 또 있다. 바로 남미의 칠레다. 현재 1,950만 명이 살지만 2017년 현지 자료를 인용하여 만든 코트라(KOTRA)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개체 수가 705만 마리이고, 이중 개가 344만, 고양이가 208만 마리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 중 주인이 없거나, 주인이 있어도 목줄도 없이 풀어 놓은 개가 무려 170만 마리로 파악된다. 고양이와 다른 반려동물까지 치면 300만 마리 이상의 유기 동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 산티아고는 물론이고 지방도시 어디를 가도 길거리에서 유기견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애교 부릴 줄 아는 개들은 음식을 얻어먹기도 하지만, 성질부리는 개들은 사람들을 피하게 만든다. 횡단보도에서 녹색 불을 기다렸다가 건너는 신기한 개들도 있고,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 위험에 처하는 개들도 눈에 띈다.

특이한 점은 유기견들이 주로 중대형견이라는 점이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오스카 오파조(35)씨는 그 이유를 묻자 “유행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대형견을 좋아했던 칠레인도 작은 동물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작은 개나 고양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큰 개들을 버렸다.

버려진 개가 많은 이면엔 도시의 주택 환경 변화가 있다. 마당에서 개들을 키울 때는 크건 작건 상관없었지만,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야 하기에, 집들은 평수가 작은 공동주택 형태로 바뀌게 된 것이다. 반려동물도 바뀐 집 크기에 맞춰야 했다. 오스카 역시 지방에서 도시로 이사 오면서 집도 작아져, 키우던 개 2마리의 목줄을 풀어놓고 왔단다. 지금은 작은 고양이 2마리와 작은 강아지 1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오스카는 또 다른 이유도 귀띔했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병원을 데려가야 하고, 자신의 월급으로는 의료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어릴 때는 예쁘고 귀엽지만, 커가면서 많은 음식이 필요하고, 씻겨야 하고, 대소변을 가려줘야 하는 등 기본적 일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버려진 개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골머리를 썩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2018년 여름, 찾아갔던 칠레에서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 중심에 촐리토라는 길거리 유기견의 죽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들 손에 죽임 당한 유기견 보며 울분 토한 칠레인들


칠레 수도 산티아고 도심의 음식점 앞이나 터미널 매표소 앞에는 주인 없는 개들이 자리를 차지 않고 있지만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동학 작가

촐리토는 산티아고 레콜레타지구 내 파트로나토(Patronato) 지역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였다. 물론 그에게도 주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사람들은 그 개가 2016년 크리스마스 이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봐서 그때쯤 버려졌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 1월 촐리토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난다. 주인 없이 거리를 떠돌던 개였지만 이 개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은 공분했다. 죽음의 직접 원인이 사람의 폭행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양쪽에서 개를 붙잡아 움직일 수 없도록 겁박했고, 다른 한명은 무방비 상태의 개를 잔인하게 때렸다.

때 마침 행인이 영상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이를 본 사람들이 분노한 것이다. 일이 삽시간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말 못하는 동물을 때리고 버리는 것을 반대하는 대규모 규탄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법원은 3명의 가해자에게 ‘현행법상 명확한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며 민심은 폭발했다. 정치인들은 시위대 규모가 심상치 않자 빠르게 관련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반려동물책임소유법’이 제정 공표되었다. 사람들은 그 법을 ‘촐리토법’이라 불렀다.

이 법은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애완 및 반려동물 등록(마이크로칩 장착 필수), 개과 위험종별 등록, 반려동물 보호와 관련된 비영리기구(NGO) 등록, 반려동물 사육사 및 판매자 등록, 개과 위험종 사육사 및 판매자 등록, 반려동물 임시보호소 등록 등 6가지의 의무 조항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는 의무적으로 반려동물 소유자의 등록, 중성화수술, 예방접종과 구충, 건강관리 등이 들어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되며, 같은 규정을 두 차례 어기면 벌금이 2배로 뛴다. 또한 등록되지 않은 개를 팔거나 허가받지 않은 노점에서 판매도 금지한다.

내가 갔던 때는 법 시행을 앞두고 당국과 동물단체들의 대국민 법홍보가 이뤄지고 있었고,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토론하고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칠레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민의 요구로 법이 만들어졌고, 사회 전반에서 동물과의 공존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여행한 이후의 이야기지만 한국 언론에도 소개 된 견생역전 스토리는 2019년 10월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 국민들의 시위에 ‘루시오’라는 유기견이 함께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칠레 청년들이 시위대와 함께 있는 루시오의 모습을 찍어 SNS에 공유했고, 하루아침에 큰 인기를 끌었다. 루시오는 시위대의 편에서 경찰들을 향해 열심히 짖다가 어느 날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동물보호단체의 중개로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 중 한 가정의 품에 안겼다.

최근엔 칠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아이들 대신 강아지들과 선수들이 함께 입장하며 유기견 입양을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이 벌어졌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 세계 최초 동물보호법 제정

독일 베를린에는 있는 유기동물보호소 '티어하임(동물의집)' 정문(왼쪽). 동물들이 실내 공간과 실외 공간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내부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이동학 작가

한편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반려동물 등록제나 유기견 보호를 위한 입양과 파양 제도 등이 잘 운영되고 있다. 특히 독일의 베를린에 있는 티어하임(TierHeim, 동물의집)은 유기동물 보호소라 쓰고, 동물호텔이라 읽어야 할 정도로 좋은 시설과 체계를 자랑하고 있다.

모든 동물에게 독실이 주어지는데, 건물 내부와 외부 공간이 이어져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이유는 햇볕을 쬘 권리 때문이라고. 주인을 잃거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동물들은 이곳으로 와서 다음 주인을 만날 때까지 머물 수 있다. 자신의 공간 앞에는 동물의 태생, 성격, 히스토리 등 정보가 적혀있으며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이 정보를 접한다.

독일은 개인 간 동물매매를 금지하고, 독일 곳곳에 있는 520여개의 티어하임을 통해 입양이 이뤄진다. 그러나 입양하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쉽게 입양이 되지 않는다. 보통 입양을 하려는 사람 또는 가족은 여러 차례 티어하임에 와서 입양하려는 동물과 산책을 해보거나 시간을 보내는 등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거친다.

티어하임 직원들은 면접을 통해 입양하려는 사람이 정말로 동물을 잘 돌볼 사람인지, 가족구성원의 동의가 있는지, 수입은 어떤지, 산책을 시켜 줄 환경을 만들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다. 동물을 입양한다는 것은 새 가족을 받아들이는 것이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동물 입양 전문시설 티어하임, 독일 전역에 520여 개

독일 베를린의 유기동물 보호소인 '티어하임'에서 동물 입양 상담을 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왼쪽).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동물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는 소개서. 이동학 작가


티어하임에 고양이를 입양하기 위해 찾은 크리스티아네씨와 그의 가족은 고양이들이 있는 복도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고양이들을 관찰했고, 이날 입양을 위한 상담에 응했다. 크리스티아네씨가 입양하려는 고양이는 나이가 많은 고양이와 어린 고양이 두 마리였다. 나이가 많은 고양이를 입양하려는 이유를 묻는 내게 “생명은 소중합니다. 이런 곳에서 동물의 최후를 맞게 할 순 없어요”라고 말했는데, 옆에 있는 자원봉사자도 주로 장애를 가진 동물, 나이가 많은 동물을 먼저 입양하려는 이들이 있다고 거들었다.

동물 입양 비용은 보통 보호수수료(Schutzgebuhr)라 불리며 100~500유로(15만~75만원)에서 결정된다. 입양했더라도, 가족과 동물 사이에 문제가 생기거나, 잘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 땐 억지로 데리고 있어선 안 되며, 다시 티어하임으로 데려오도록 하고 있다. 티어하임은 동물이 죽을 때까지 보살핀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레오니에 따르면 거의 90% 이상이 재 입양 되고 있단다.

레오니로부터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세계 최초의 동물보호법을 만든 나라가 독일인데, 그 때는 19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에서는 생체 해부나 도살 등으로부터 동물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가 화두였고, 나치당은 이러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1933년 8월 법제정회의를 열어서 생체해부 등 실험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11월엔 동물학대금지, 동물보호, 실험금지, 처벌규정 등이 담긴 동물보호법이 제정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는 나치당의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의 총리를 하던 시절이고, 히틀러 역시 이 법을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이야기는 바로 다음의 문장이다.

‘우리(독일사람)들은 히틀러를 싫어하지만, 독일의 동물들은 히틀러를 좋아한다.’


개와 살기 위해 내는 세금 '동물세'의 등장


평소 개를 사랑한 것으로 알려진 아돌프 히틀러.(왼쪽) 독일 베를린의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 전경. 인터넷 캡처

이후 독일은 1990년 민법을 개정하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포함했고, 동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동물 역시 소중한 생명의 주체임을 분명히 하는 법률로 발전시켰다. 2002년엔 동물을 보호하는 국가의 의무를 강조하며, 인간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법의 개정에 따라 2011년 이후엔 정부가 직접 나서 닭을 케이지 안에 가둬서 키우는 것을 금지하고, 평지에서 키우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개를 키우는 주인에게 부과하는 동물세다. 도시마다, 종마다, 마리당, 맹견여부 등에 따라 1년에 보통 65유로에서 700유로까지 지방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주인이 세금을 낸 개들이 밖에 나갈 때 신분증을 반드시 달아야 한다. 아, 하나 더. 개들도 버스 탈 땐 버스비도 내야 한다.

이렇게 걷은 세금은 다시 유기동물보호소, 티어하임 같은 기관 운영비로 쓰이거나, 동물복지 등에 쓰인다. 길거리 마다 개의 배변쓰레기통과 변 봉지를 누구든 빼 사용하도록 배치해 놓은 것 등이 그것이다. 다만 베를린의 티어하임은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고 15만 명이 넘는 후원 회원들이 낸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그 규모가 1년에 약 700만 유로(약 100억 원)에 이른다.

총 면적은 160,000㎢(4만8천 평), 축구장 20개가 넘는 땅에 개, 고양이 뿐 아니라 토끼, 새, 뱀, 거북이, 도마뱀 등 어림잡아 1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 140여 명과 수의사와 간호 인력 20여 명, 연간 500명 이상의 자원 봉사자가 움직이고 있다. 대단한 시설이 시민들의 기부만으로 운영된다니 참 놀라웠다.

사람이 떠난 지방 도시의 빈자리를 채운 고양이들


대만 신베이시의 허우통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고양이 사진을 찍고 있다.(왼쪽) '고양이 마을' 이라 불리는 대만 허우통 마을 곳곳에서는 고양이로 만든 조형물들을 볼 수 있다. 이동학 작가

이제 마지막으로 대만으로 가보자. 타이베이시에서 출발해 신베이시의 루이팡구로 가면 독특한 마을이 있다. 이곳은 주민 200여 명이 살고 있지만, 고양이도 2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허우통 고양이 마을’이다. 신기하게도 고양이들이 사진을 찍을 때 모델처럼 포즈를 취한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이곳은 한 때 탄광지역으로 지역경제가 나쁘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러나 탄광이 문을 닫고, 일자리도 없는 이곳을 떠나 사람들은 도시로 향했다. 그리고 사람이 줄어든 마을에 고양이가 한두 마리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몇몇 사람들은 허우통 마을을 찾아 와 고양이들과 놀아주거나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이후 이곳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기 시작했다.

그 효과로 고양이 빵, 과자 등이 대표 지역상품으로 자리매김했고, 고양이 사료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등 지역 상권은 다시 살아났다. 일부 청년들은 이곳의 건물을 빌려 리모델링한 뒤 카페를 차려 영업을 시작했고, 몇몇 예술인들은 마을 곳곳에 고양이 조형물을 세우고 포토 존도 만들었다. 여기에 과거 문을 닫은 탄광촌마저 견학 공간으로 재탄생되며, 티켓을 팔고 탄광열차를 타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까지 준비했다.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마을을 찾은 경험은 마음의 평화를 얻는 시간이었다.

인간만의 지구냐, 공존의 지구냐


호주 브리즈번에서 동물단체 회원들이 비윤리적 동물 사육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미국 뉴욕에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디지털수족관 내부 모습. 이동학 작가

이글에 담지 못한 곳들의 동물 얘기도 많다. 이집트에선 버려진 개 때문에 도시의 위생 문제들이 발생하자, 쥐약을 타놓아 개체 수를 조절한다. 터키의 길고양이들은 추우면 창문을 열어주는 시민들 덕에 인간의 집에 들어가 먹이를 얻어먹고 몸을 녹이곤 한다. 인구가 2억1,000만에 달하는 브라질은 반려동물 수가 약 1억3,0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체 반려동물의 40%는 개지만, 의외로 30%는 조류다. 미국 뉴욕에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시관에 가면 디지털 수족관이 있다. 3D안경을 쓰고 공간을 지날 때마다 눈앞에 갖가지 해양 생물들이 진짜 움직이는 것을 느낄 정도다. 동물원의 미래가 이런 모습일까.

지금껏 인간은, 인간에게 무엇이 최우선인지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해양 생물을 양식하고, 육지 동물을 사육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것은 산업화 되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오로지 돈만 앞세우며 동물들의 고통과 윤리적인 면들이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호주의 동물단체들은 대형 사육 공장에 쳐들어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윤리적 일들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고발한다. 이들의 방식이 과격하다는 현지인들의 목소리가 있지만, 이들이 고발하고 있는 영상을 보며 현실을 안 사람들은 이들을 옹호하며 응원하기도 한다.

소득이 오른 이들이 과거와 다르게 많아지자, 수십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역시 빠르게 늘어났다. 의식이 따라가지 못해 버려지는 동물들도 있지만, 세계적인 흐름은 반려동물영역은 산업적으로 유의미한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인간세계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시골은 사라지고, 고령 인구가 늘어나 등 많은 나라와 도시에서 저출산 흐름이 강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핵가족을 넘어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소외되는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것인데, 이런 점들은 이들이 동물을 필요로 하면서 오히려 동물들의 다출산을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사람을 하나 더 키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간의 산업 구조를 그대로 따라오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은 출생 이후 의식주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부분에서 프리미엄 분야도 생기면서 복잡해지고 있다. 교육, 먹이, 악세서리, 미용, 신발, 호텔, 장난감 등 부수적인 산업유발효과도 적지 않은 것이다. 장례식, 묘지 등 생노병사의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며 다출산이 다출산을 만들고 있다. 그와 동시에 반대편에선 상당히 많이 버려지고, 도시의 위생 문제, 주민간의 갈등 등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도 존재하고 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인간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만큼, 같은 무게로 인간과 동물의 동행도 다루어져야 한다. 동물을 두고 갈등하는 곳, 동물을 두고 화합하는 곳, 이 두 가지의 미래는 너무나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린을 아직까지 실제로 보지 못했다. 케냐와 탄자니아를 여행했지만 기린 곁으로 가보지 않았다. 꿈을 이루는 것보다 남겨두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생각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기린을 보러 가리라. 인간만의 지구가 아니라, 동물, 자연, 생태계 그 자체와 공존하는 지구라면 참 좋겠다. 꿈이 언젠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그 때까지 동물들도 모두 무사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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