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전기, 배수 해결 못한 날림 공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태풍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또 찾았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피해를 본 주택들이 복구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주먹구구식 복구 공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내실 없는 '선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수해 피해 복구를 마친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 현지지도에 나선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달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강북리에는 붉은색 지붕의 건물 50여채가 새로 들어섰다. 관공서 건물도 색을 칠하는 등 단장됐다. 김 위원장은 복구 작업을 맡았던 인민군을 격려하면서 "당의 자랑이자 김정은의 복"이라고 치켜세웠다.
북한은 지난 달 발생한 태풍 바비에 서쪽(황해도ㆍ평안남도), 마이삭과 하이선에 동쪽(함경도, 강원도)을 강타 당했다. 국토의 동서 지역이 모두 피해를 입은 셈이다. 이날도 김 위원장은 황해도 지역을 찾고, 김덕훈 내각 총리는 함경·강원도 지역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한달 사이 다섯 차례나 수해 현장을 찾아 '초고속 복구'를 강조해왔다. 당 창건기념일(10월10일)까지 수해 복구 작업을 마치겠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의 피해 복구 속도전은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이달 12일 방문한 은파군 대청리 복구 현장을 보면, 건설 전문가들이 아닌 군인들이 흙벽돌로 건물 골조 공사를 마쳤다. 흙벽돌은 홍수에 취약해 내년 여름에도 태풍 등으로 수해가 발생할 경우, 건물 붕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현장엔 전봇대나 배수 시설도 찾아보기 어려워 '날림 공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제기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수해 피해를 본 주택이라면 복구하는 게 상식적이지만, 북한은 건물을 빠르게 다시 짓는 모습만 보여준다"며 "주민들을 위한 게 아니라 당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한 '정치적 선전'"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찾은 강북리도 정치적 선전을 위해 '포장된' 현장일 가능성도 있다. 수해 이전부터 건물을 짓고 단장하던 마을을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달 수해 직후 잇따른 태풍으로 공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고, 외부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북한의 건설 자재난 등의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강북리의 경우 계획도시처럼 주택과 관공서를 짓고, 건물 외관 단장까지 마쳤다"며 "몇 주 만에 완공한 건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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