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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은 왜 매각이 아닌 오라클과의 기술협력을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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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은 왜 매각이 아닌 오라클과의 기술협력을 택했을까

입력
2020.09.15 17: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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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은 매각 대신 오라클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미국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틱톡은 매각 대신 오라클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미국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불호령에 미국 사업 전체를 매각할 위기에 처했던 틱톡이 '사업 매각'이 아닌 '기술 협력'을 택했다. 중국 바이트댄스에서 직접 서비스를 운영하되 미국기업 오라클이 사용자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기존에 기업간거래(B2B) 사업에만 매진했던 오라클은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처음으로 소비자 대상 사업에 진입하게 된다.

15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지난주 주말 미국 재무부에 오라클이 틱톡의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제공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제안서를 제출했다. 틱톡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꺾고 매각 대신 오라클과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틱톡이 오라클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알고리즘'으로 알려진 틱톡만의 추천 인공지능(AI) 기술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루 평균 10억개가 넘는 동영상이 재생되는 틱톡에서는 사용자의 연령과 직업, 성별, 관심사 등에 따라 끊임없이 영상을 추천해줌으로써 155개국 8억명의 이용자들이 하루 평균 52분이나 앱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AI를 적용하고 있다. 틱톡 입장에선 이 핵심 노하우까지 통째로 손에 넣길 원했던 MS와의 협상이 달갑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자국 정부가 지난달 중국 기업이 보유한 AI 기술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히자, 틱톡은 알맹이가 빠진 서비스 매각보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협업 방식으로 기울었다. 오라클은 이 부분에서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리즘을 포기하더라도 1억명에 달하는 미국 내 틱톡 이용자들의 데이터 확보에 더 끌린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에 있는 오라클 본사 모습. 오라클은 틱톡의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제공자' 역할을 맡게 됐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레드우드(캘리포니아)=AF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에 있는 오라클 본사 모습. 오라클은 틱톡의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제공자' 역할을 맡게 됐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레드우드(캘리포니아)=AFP 연합뉴스

오라클은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는 MS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한 1등 기업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귀에는 익숙지 않은 이름이다. 오라클은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공고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업계에선 오라클이 틱톡과 손을 잡으면서 클라우드컴퓨팅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소비자 데이터 사업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틱톡 이용자 대부분이 1020 세대인 만큼, 소비 성향이 강한 미국 젊은층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라클에겐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친분은 두 회사의 협업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기술업계의 몇 안되는 '친 트럼프' 인사인 엘리슨 의장은 올해 2월 자신의 저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했고, 4월에는 백악관 자문단에도 합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애리조나주 유세 도중 "오라클은 훌륭한 회사"라며 "확실히 틱톡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틱톡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MS보다는 오라클이 훨씬 위험 부담이 적은 셈이다.

앞으로 관건은 바이트댄스의 제안서를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다. 앞서 2년 전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중국 기업 오션와이드의 미국 보험사 젠워스 인수 과정에서 고객 데이터를 미국 내 서비스에만 저장한다는 전제로 이를 승인해준 전례가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주 내로 오라클과의 기술적인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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