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코로나 후 EU와 첫 다자 정상회의
CNN "레드카펫 대신 화상회의... 변변찮아"
메르켈, EU 냉담 속 中과 경제ㆍ실리외교
독일의 인태전략 동참 선언... 균열 조짐도
중국과 독일의 관계는 각별하다. 매년 모든 각료가 상대국을 번갈아 방문해 유대를 다진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지난해 9월에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베이징과 우한을 잇따라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마찬가지다. 독일이 등을 돌린다면 미국의 압박에 맞설 수 있는 유럽의 교두보를 잃게 된다.
양국 정상이 14일 화상으로 만났다. 유럽연합(EU)에서도 샤를 미셸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이 다자 정상회의를 주재한 건 처음이다.
레드카펫 대신 랜선으로… 냉담한 EU
당초 이번 회의는 EU 의장국인 독일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중국은 연초부터 "시 주석이 EU 27개국 정상과 동시에 만나는 최초의 회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년 전 베이징에서 아프리카 53개국 정상을 한 자리에 모은 데 이은 쾌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헝클어졌다. 미국 CNN방송은 "레드카펫을 기대한 시 주석에게 랜선 회의는 변변찮은 위안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EU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중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중국에 대해 싸늘하다. 지난해에 '파트너'가 아닌 '경쟁자'로 규정하더니 올해 들어선 홍콩보안법과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놓고 중국을 서슴없이 비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체결 예정이던 양측의 투자보호협정은 6년째 지지부진하다. EU는 대중국 투자를 2013년 이후 계속 줄이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중국은 2012년 이후 대EU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정부 지원에 따른 불공정 경쟁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고 EU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독일은 '중국 바라기'… 경제이익 우선
반면 독일은 유독 중국에 호의적이다. 막대한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2분기 독일로부터 230억유로(약 32조원) 상당을 수입해 미국을 누르고 최대 수입국이 됐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은 2,057억유로(약 288조원)에 달한다.
EU의 대중 수출액 절반은 독일 차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들어 유럽 판매가 전년 대비 31.5% 감소한 반면 중국 수출은 21.6% 증가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독일 기업인은 유럽 최초로 전세기를 타고 중국에 복귀했고, 중국은 600여톤의 방역물품을 유럽 국가들 중 독일에 가장 먼저 보냈다.
메르켈 총리는 일찌감치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며 철저히 실리를 추구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독미군 철수 방침이 맞물리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미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독일인 응답은 지난해 24%에서 올해 36%로 증가했다.
인도ㆍ태평양전략 놓고 中ㆍ독일 균열 조짐
하지만 밀월을 구가하던 양국 관계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2일(현지시간) "한국ㆍ일본ㆍ호주ㆍ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안보ㆍ사이버보안ㆍ5세대이동통신(5G) 분야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법의 지배를 중시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베를린을 다녀간 바로 다음날 미국의 대중 봉쇄 구상인 '인도ㆍ태평양전략' 동참을 공식화한 것이다. 유럽에선 지난해 5월 프랑스가 인도ㆍ호주와 첫 3국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추이홍젠(崔洪建)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던 독일이 정치와 안보로 관심을 넓혀 목소리를 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미국ㆍ인도와 정면 충돌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중국도 독일 '길들이기'에 나섰다. 중국 관세청과 농업부는 지난 12일 "독일산 돼지고기와 가공식품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이유로 들었지만 정상회담 이틀 전에 전격 시행했다는 점에서 독일에 대한 압박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독일은 매년 전체 돈육 수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0억유로(약 1조4,030억원)어치를 중국에 수출한다. 특히 올 1분기에는 중국의 출하 감소로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두 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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