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에서 경찰관들이 괴한의 기습 총격을 받고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질해야 할 짐승”이라며 총격범을 거친 언사로 비난했고, 경찰 폭력을 비판해온 일부 시위대는 부상 경관들이 입원한 병원으로 몰려가 논란을 빚었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둘러싼 미국 내 분열이 심화하면서 극단적 양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미 언론은 13일(현지시간) LA카운티 소속 경관 2명이 전날 오후 7시쯤 순찰 근무를 서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LA카운티 보안관실에 따르면 20대 남성 경관과 30대 여성 경관이 관내 콤프턴 메트로역 인근에서 순찰차 안에 앉아있다가 괴한이 쏜 총에 여러 발을 맞았다. 괴한은 순찰차 뒤에서 접근해 행인인 것처럼 행동하다가 조수석을 향해 권총을 난사한 뒤 달아났다.
총상을 입은 경관들은 모두 1년 2개월 전 경찰 근무를 시작했으며, 여성 경관은 여섯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건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한때 위중했으나 회복 중이다. 범인은 28~30세로 보이는 흑인 남성으로 어두운 색 옷을 입고 있었으며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보안관실은 괴한에 대한 결정적 제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10만달러(약 1억1,800만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앨릭스 비야누에바 보안관은 기자회견에서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반감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경찰이 위험한 직업이라는 사실만 확인시켜준다”며 “사람들은 경찰의 공권력 집행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업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 시민들은 이날 경관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에서 응급실 출입구를 막고 시위를 벌여 비판을 받았다. 일부 참가자는 “총 맞은 경관들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악담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법과 질서의 수호자로 포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바다주 헨더슨 유세장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경찰관을 살해하면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 짐승이 차로 다가가 무혐의의 선한 사람들을 총으로 쐈다”면서 “그는 짐승이다.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설을 듣던 그의 지지자들은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고 연호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ㆍBLM)'는 인종차별 반대 구호를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도 “바이든 (민주당 후보)은 그의 좌파 지지자들이 경찰차와 경찰서, 법원에 불을 지를 때도 ‘평화로운 시위대’라고 불렀다”고 적는 등 LA 경찰 총격범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동일시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며 선거 쟁점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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