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1호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 적합하냐는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 어려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애초 기안기금 지원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찌감치 ‘기안기금 지원 불가’라고 선을 그은 쌍용자동차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노딜(인수 무산)’로 귀결되면서 기안기금 운용심의위원회는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40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5월 출범했다. 당초 항공ㆍ해운업에만 지원하기로 했지만 현재 자동차, 조선, 기계, 석유화학 등 9개 업종으로 확대된 상태다. 지원을 받으려면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위기란 조건을 먼저 갖춰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3박자’를 모두 갖췄다고 보기 때문에 지원하는 셈이다.
하지만 3박자 가운데, 지금의 유동성 위기가 코로나19 때문인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2018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올 상반기 영업손실(2,685억원)에 앞서, 발생 전인 지난해에도 이미 4,437억원의 영업손실과 8,1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채비율 역시 1,387%였다. 상반기 부채비율이 2,291%인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재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긴 했지만, 현재 상황이 코로나에 따른 ‘일시적 어려움’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정부가 내세운 기안기금 운용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정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구조적 취약 요인이 있는 기업들은 자체 증자, 자산매각 등 스스로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특히 2017년부터 3년 가까이 적자행진을 이어온 쌍용차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반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악화 기간이 쌍용차보다 짧긴 하지만 코로나 이전인 작년 4월에도 이미 유동성 위기 때문에 채권단으로부터 1조6,000억원을 지원 받았는데, 이제 와서 ‘아시아나는 되고 쌍용차는 안 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자칫 코로나 이전부터 부실했던 기업에 잘못된 신호를 줄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훈 기안기금 운용심의회 위원장은 “위원들과 검토 결과 2019년 아시아나항공이 손실이 나긴 했지만 당시 한일관계 악화 영향이 있었고, 이전 10년치 재무상태를 검토했을 땐 양호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이번 매각 무산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파산 위험이 있고 채권ㆍ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이 예상돼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쌍용차 지원에 대해선 “논의 대상도 아니고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지원 금액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올해와 지난해 재무제표를 비교해 코로나19로 악화된 차액에 대해서만 기금을 넣으면 될텐데 2조원 넘는 돈을 한번에 투입한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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