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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안 돼도 폐업도 못해" 간판만 남은 흉물 주유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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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안 돼도 폐업도 못해" 간판만 남은 흉물 주유소 늘었다

입력
2020.09.14 16:14
수정
2020.09.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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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초까지 영업 주유소 수 80곳 줄어
지난 10년 중 최근 3년간 감소세 더 가팔라져
폐업 비용 2억 달해 장기 휴업 선택 비중 높아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시스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주유소의 감소 추세가 심상치 않다. 3월 이후 개점 휴업에 들어간 주유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월 평균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까지 문을 닫은 주유소 규모는 이미 지난 한해와 맞먹는단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전국의 주유소는 1만1,384개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화 된 3월 1일 1만1,454개보다 70개 감소한 수치다. 올해 1, 2월에 줄어든 주유소는 10개다. 월 평균 감소치는 3월 이전 5개에서 3월 이후 12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유소 감소량이 2.4배 늘어난 셈이다. 올해 9월 초까지 감소한 주유소 개수는 80개로 이미 지난해 전체 감소량과 같다.

주유소 감소 추세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2010년을 정점으로 주유소 수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영업 주유소 수는 2010년 12월 1만3,004곳에서 2017년 3월 1만1,996곳으로 줄었다. 2, 3일에 한 곳꼴로 영업을 접은 셈이다. 문제는 감소세가 갈수록 수직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년간 1,008곳이 문을 닫았는데, 3년 반 만에 또다시 612곳이 문을 닫으니 감소폭이 20% 이상 커진 것이다. 다른 업종과 달리 주유소의 경우, 폐업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문을 닫았다는 게 곧 폐업을 뜻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갔을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주유소의 개점 휴업은 수익성 탓이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기준 전국 도소매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전국 도소매업 평균 영업이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주유소협회의 조사 결과 2012년 기준 주유소 한 곳당 영업이익은 연간 3,8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초기 자본이 10억 이상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주유소업자들은 폐업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타 업종과 달리 거액의 폐업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하에 매설된 기름 저장탱크 등 시설물 철거에 약 7,000만원, 주유소 부지 오염도에 따라 드는 토양 정화 비용이 5,000만~1억원까지 들어 폐업을 하려고 해도 2억원 가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업은 하지 않고 기약없는 휴업을 선택하는 주유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2015~19년 전국 주유소 등록현황에 따르면 5년간 폐업한 주유소는 1,282곳이고, 휴업 상태인 주유소는 2,338개였다. 휴업을 선택한 주유소가 폐업을 한 곳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올해 영업을 접은 주유소 역시 비용이 부담스러운 폐업 대신 휴업을 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통량이 많은 대도시에 비해 지방 국도변에 있는 주유소들은 코로나와 장마, 추석 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 악재가 이어지며 견디기 힘든 수준까지 내몰렸을 것"이라며 "지방 도로변에 주유소 간판만 세워져 있고 장기간 영업을 하지 않는 흉물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성이 좋아질 가능성이 희박하고 폐업비용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휴업 주유소 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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