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군복무 특혜 의혹을 최초 제기한 당직사병 A씨의 실명을 공개하며 “언행을 보면 단독범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야당과 결탁해 거짓 공세로 추 장관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주장이다.
②지난해 1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가 4조원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폭로했을 때도, 민주당은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 원칙에 충실했다. 민주당은 “스타 강사 되고 싶어서 저런다”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한다” 며 신 전 사무관을 저격했다.
③201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역시 “궁지에 몰려 개울물 흐리는 미꾸라지”로 매도됐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특감반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재판에서 김태우 전 특감반원을 '비위 공직자'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A씨, 신 전 사무관, 김 전 특감반원 모두 '순수한 의도의 공익제보자'가 아니며, 그러므로 그들의 제보 내용 자체가 허위라는 게 여권이 설정한 프레임이다.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민주당
야당 시절 민주당이 공익제보자를 대하는 태도는 180도 달랐다. 2012년 4월 이명박 정부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에 대해 정부가 법적 조치를 시사했을 때다. 백혜련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의원은 “장 전 주무관을 공익제보자 보호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1년 후 ‘국정원 여성 직원 댓글 사건’ 외압ㆍ은폐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해 경찰이 감찰 계획을 밝혔을 때도 민주당은 공익제보자를 감쌌다. “달을 가리키는 데 달은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박지원 당시 의원), “양심선언을 한 공익신고자를 감찰하겠다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박범계 의원)며 반발하면서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을 때 역시 민주당은 최순실(최서원)씨가 연루된 각종 의혹을 폭로한 고영태, 노승일씨 등을 ‘의인’이라고 추켜세웠다.
민주당은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에도 적극적이었다. 한국일보가 15일 19~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분석한 결과, 개정안 64건 중 44건(69%)을 민주당이 냈다.
이원욱 의원이 2013년 7월 발의한 개정안은 시민단체나 정당도 공익 신고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 조사기관에 신고를 해야 공익신고자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신고자 보호 범위를 확대하자는 목적이다.
20대 국회 때 박범계ㆍ박광온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됐다면, 추 장관 의혹을 국민의힘에 제보한 당직사병 A씨도 공익신고자 자격을 얻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선택적 정의?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공익신고자 보호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자문위 대변인이었던 박광온 의원은 “내부고발자들은 양심의 호루라기를 분 사람이지만 따돌림, 보복을 당해 가정 파탄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익제보자 보호는 ‘선택적’이었다. 신재민ㆍ김태우ㆍ당직사병 A씨처럼 정부ㆍ여당에 부담되는 폭로를 한 공익제보자에 대해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반면 윤지오씨가 고(故) 장자연 성폭행 사건의 증인으로 나서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모임을 주도한 안민석 의원은 성범죄 사건 비리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익제보자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 나왔을 때 민주당이 가하는 린치나 집단적 몰아가기가 굉장히 우려된다”며 “문재인 정권 후반부로 가면 내부 고발이나 제보가 많을 텐데, 고발이나 제보를 하는 사람에게 ‘너희들 잘못 말하면 집단적으로 린치를 가하겠다’는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면 이렇게 나올 순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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