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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책만 내겠다는 고집

입력
2020.09.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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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젤 출판사' 이야기(9.21)

인젤 출판사의 신화를 일군 편집자 겸 경영인 안톤 키펜베르크.

인젤 출판사의 신화를 일군 편집자 겸 경영인 안톤 키펜베르크.


슈테판 츠바이크는 "작가에게는, 그가 아직 젊을 때, 젊은 출판사와 만나 그 출판사와 함께 성장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다"고 썼다. 그에게 그런 출판사가 알프레드 발터하이멜(Alfred Walter Heymel)등이 1901년 설립한 '인젤 출판사(Insel Verlage)였다. 발터하이멜은, 계속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좋은 책만 내겠다는 이상을 품고, 소수의 고급 독자만 바라보겠다는 고집과 "고립이라는 의식적 자부심"을 담아 출판사 이름을 '인젤(섬)'이라 지었다고 한다.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서 문학을 전공하고, 여러 출판사에서 일을 익힌 편집자 안톤 키펜베르크(Anton Kippenberg, 1874.5.22~ 1950.9.21)는 발터하이멜이 선택한 인젤의 원년 편집자이자 신화의 주역이다. 1905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그는 책의 형식도 내용의 수준에 걸맞아야 한다며 제명과 조판 활자체 용지까지 항상 개별적 문제로 고민했다.

그런 키펜베르크에게서 출간 제의를 받은 26세의 츠바이크에게 "'섬'의 영구 시민권을 부여받은"건 문학적 지위의 상승뿐 아니라 "더욱 강한 의무를 부여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당시 인젤의 필진에는 괴테와 쉴러, 릴케가 이미 포진해 있었고, 호프만슈탈과 횔드린, 루돌프 슈뢰더, 찰스 디킨스 등이 합류할 참이었다. 츠바이크는 더이상 어떠한 문학적 안일도, 신문기자 같은 조급함도 범해서는 안 되었다며 "책에 인젤 출판사의 마크가 새겨져 있다는 것은, 처음에는 수천 명의, 후에는 수십만 명의 독자들에게 작품의 질을 보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쇄 기술상의 모든 것이 모범적이고 완벽하다는 것도 의미했기 때문"이라고 썼다.('어제의 오늘' 209쪽)

키펜베르크는 전쟁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방대한 괴테 컬렉션을 지켜 현 뒤셀도르프의 '괴테박물관'을 가능하게 했다. 인젤은 81년 쉬르캄프(Suhrkamp)와 합병했고, 2013년 6월 부도로 한때 법정관리를 받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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