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죽음의 훈련소'에서 구조된 어미개가 낳은 강아지 삼남매

입력
2020.09.13 15:41
0 0

[가족이 되어주세요] 1개월령 바닐라, 모카, 헤이즐넛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삼남매. 바닐라(왼쪽부터), 헤이즐넛, 모카. 카라 제공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삼남매. 바닐라(왼쪽부터), 헤이즐넛, 모카. 카라 제공

7월 22일 동물권단체 카라는 경기 의정부 재개발 지역 철거를 앞둔 한 반려동물 훈련소에서 동물들이 방치되고 있고 일부는 생명이 위태롭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보를 받고 활동가들이 방문한 현장은 '개농장'과 다를 바 없었는데요.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 속 개들은 축 늘어져 있었고 밥그릇은 텅 비어 있었다고 합니다. 앙상하게 마른 개들이 대다수였고 힘없이 누워 꼬리만 치거나 만삭의 몸으로 빗물을 핥던 개도 있었는데요.

활동가들을 놀라게 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훈련소 옆 무성하고 푸른 수풀 사이가 수상해서 뒤져보니 여러 구의 사체들이 발견된 것이죠. 한 개의 사체는 남아있는 털 상태로 미루어보아 보더콜리 종으로 추정됐습니다. 카라는 현장에서 의정부시와 경기도 특별사법경찰에 연락을 취하고 현장에 남아있던 개들에 대한 피학대동물 긴급격리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훈련소라는 이름아래 불법번식, 판매, 동물학대가 자행됐던 곳에서 28마리가 구조됐다. 카라 제공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훈련소라는 이름아래 불법번식, 판매, 동물학대가 자행됐던 곳에서 28마리가 구조됐다. 카라 제공


훈련사는 불법 번식에 대해 시인했지만 끝까지 전 개체 28마리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긴급히 치료가 요구되는 개 8마리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양도했습니다. 8마리에는 뒷다리를 쓰지 못하고 쓰러져 있던 보더콜리 1마리를 비롯해 보더콜리 6마리, 만삭의 몸으로 빗물로 몸을 축이고 있던 웰시코기 1마리, 포메라니안 1마리가 포함됐습니다.

구조한 8마리의 건강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6마리는 심장사상충에 걸려 있었고 모두 빈혈상태였습니다. 이 가운데 출산을 앞두고 있던 웰시코기 '코코'는 사산 위기 속에서 제왕절개 수술 후 여섯 마리를 낳았는데요, 이 가운데 세 마리가 살아 남았습니다. 바닐라(수컷), 모카(암컷), 헤이즐넛(수컷) 삼남매 입니다.

코코가 낳은 삼남매. 카라 제공

코코가 낳은 삼남매. 카라 제공


코코가 새끼들의 양육을 포기하면서 활동가들이 2주간 2시간 마다 수유를 해 어렵게 살려낸 삼남매라고 합니다. 다행히 이들을 돌봐줄 임시보호가족이 나타나 지금은 가정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바닐라는 삼남매 중 가장 덩치가 크고 활발하고 사람도 매우 좋아하고 다른 강아지들하고도 잘 지낸다고 합니다. 모카는 덩치도 가장 작고 발육도 더뎠지만 그만큼 사람 손을 많이 타서인지 사람하고 눈맞추는 걸 좋아하고 배부터 보여주는 애교쟁이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에게는 절대 지지 않는 씩씩한 성격이라고 하네요. 헤이즐넛은 구석을 좋아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이지만 일단 물건을 물고 도망가는 것을 즐긴다고 하네요. 셋 중 잠이 제일 많아서 밥 먹을 때 깨워서 먹이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소심한 성격이지만 최근 물기 놀이에 빠진 잠꾸러기 헤이즐넛. 카라 제공

소심한 성격이지만 최근 물기 놀이에 빠진 잠꾸러기 헤이즐넛. 카라 제공


한편 훈련소에 남은 개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의정부시는 사건현장 외에 훈련소 운영자가 이전한 다른 훈련소에도 보더콜리 3마리가 있음을 추가 확인했는데요. 이에 카라는 훈련소장이 운영하는 전 훈련소에 대한 피학대동물 긴급격리 조치 시민 민원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이후 훈련사는 3마리를 제외한 개체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했고 다행히 카라가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남은 3마리에 대해선 훈련사가 번식에 이용하지 않고 평생 반려할 것이란 각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삼남매 중 가장 덩치가 크고 활발한 바닐라. 카라 제공

삼남매 중 가장 덩치가 크고 활발한 바닐라. 카라 제공


이름만 훈련소이지 불법 번식과 판매, 동물학대가 자행되고 있었는데요. 이는 어려움에 처한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시민들이 있었기에 소중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구조된 이후 필요한 건 이들과 함께할 가족입니다. 새끼들을 지켜낸 어미개 코코를 비롯해 이제 막 태어난 삼남매 바닐라, 모카, 헤이즐넛에게 평생 가족이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야무진 성격의 모카. 카라 제공

야무진 성격의 모카. 카라 제공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카라

https://www.ekara.org/adopt/application/ko/create?

고은경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