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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야생버섯 최적환경...독버섯 중독사고 주의"

입력
2020.09.1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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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버섯과 독버섯 구분 어려워 무단채취 금물
야생버섯 2,100종 중 식용ㆍ약용은 500종 불과

먹을 수 있는 싸리버섯. 충북농업기술원 제공

먹을 수 있는 싸리버섯. 충북농업기술원 제공


독이 든 붉은싸리버섯. 충북농업기술원 제공

독이 든 붉은싸리버섯. 충북농업기술원 제공


직장인 정모(50·충북 청주시 흥덕구)씨는 작년 이맘때 겪은 ‘독버섯 사건’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주말을 맞아 아내와 함께 찾은 산속에서 그는 먹음직스런 싸리버섯을 발견했다. 버섯을 채취해 그날 저녁 밥에도 넣어 먹고 버섯 찌개도 해먹었다. 한데 음식을 먹은 직후 두통이 심해지더니 오한이 나기 시작했다. 구토 증상까지 나타나 급히 병원을 찾았더니 ‘독성 중독’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후에 그 버섯이 싸리버섯이 아니라 모양이 흡사한 독버섯이란 사실을 알았다.

정씨는 “그 때 버섯을 조금만 먹길 천만 다행”이라며 “산속에서 나는 버섯을 모양만 갖고 식용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될 것 같다”고 했다.

가을철 야생버섯 채취 철을 맞아 독버섯 경계령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긴 장마로 고온다습한 기후가 지속된 탓에 우후죽순 자란 야생버섯에 의한 중독사고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의 소리가 높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은 13일 “올해는 긴 장마로 야생버섯 생육에 좋은 환경조건이 마련됐다”며 “야생버섯이 많이 나는 9,10월 맞아 독버섯 사고를 어느 해보다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괴산군 청천면 일대 산에서 야생버섯을 조사한 결과 발견된 18종 가운데 11종이 독버섯이거나 식용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버섯이었다.

국내 자생하는 버섯 2,100여종 가운데 식용과 약용으로 쓸 수 있는 버섯은 23%인 500여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1,600여종은 독성이 있거나 식용가치가 없다.

때문에 야생버섯을 그냥 따서 먹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름버섯(식용)과 독우산광대버섯(독버섯)은 색과 모양이 아주 흡사하다. 싸리버섯(식용)과 붉은싸리버섯(독버섯), 힌달걀버섯(식용)과 힌알광대버섯(독버섯)은 생김새는 물론 서식지, 발생 시기마저 비슷하다.

약용으로 쓰는 어린 영지버섯과 독버섯인 붉은사슴뿔버섯도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붉은사슴뿔버섯은 소량만 섭취해도 심하면 죽음에 이를 정도로 독성이 매우 강한 종이다.

야생버섯과 관련한 민간 속설도 믿으면 위험하다. ‘색이 화려하지 않은 버섯은 안전하다’ ‘곤충이 먹은 흔적이 있는 버섯은 먹어도 된다’는 등의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독버섯 사고를 예방하려면 무조건 야생버섯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미 섭취해 증상이 발생하면 민간요법을 삼가고 즉시 119나 응급의료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아울러 섭취한 버섯을 가지고 병원을 찾아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있다.

전종옥 충북농업기술원 버섯팀장은 “최근 5년간 90여건의 독버섯 중독사고가 발생해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야생버섯은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니 농가에서 생산한 버섯을 구입해 먹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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