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4000TEU급 마지막 12호선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인도
HMM(옛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석을 항로에 투입하며 한진해운 파산 이후 침체된 한국 해운산업 재건에 나섰다.
HMM은 2만4,000TEU(TEU는 6.096m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뜻하는 단위)급인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11일 인도 받아 부산에서 출발해 중국 등을 거쳐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2만4,000TEU급은 현재 유럽 항로 평균 선박(1만5,000TEU급)보다 60%가량 추가 선적이 가능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HMM은 4월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약 5개월 동안 1∼2주 간격으로 대우조선해양(7척)과 삼성중공업(5척)에서 총 12척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인도 받았다. 1~10호선은 아시아 마지막 기항지 출항 시점을 기준으로 모두 만선(통상 1만9,300TEU를 넘어서면 만선 취급)을 기록했다. 1호선인 ‘HMM 알헤시라스호’의 경우 1만9,621TEU를 선적하며 선적량 기준 세계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11호선 르아브르호에 이어 12호선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현재 아시아 역내를 운항하고 있다.
배재훈 HMM 대표이사는 “초대형선이 투입되기 전에는 일부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세계 시장에서 초대형선의 효율성이 입증되고 있다”며 “우리 수출기업들과 상생발전하는 안정적인 물류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MM의 새 선박은 정부가 2018년부터 추진 중인 ‘해운재건 5개년 계획’과 맞물려 있다. 한진해운 파산(2016년 8월) 이후 침체된 한국 해운산업을 신형 대형 선박으로 부활시킨다는 내용이다. HMM은 이 계획에 따라 2018년 정부로부터 3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받아 국내 조선사에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HMM은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내년 상반기에 모두 인도받으면 선복량이 약 85만TEU에 이르고, 원활한 운항이 이뤄지는 2022년이면 100만TEU를 달성하게 된다. 2016년 한진해운과 HMM 선복량을 합한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HMM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367억원을 기록하며 21분기만에 흑자 전환했다. 매출도 1조3,75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621억원 늘었다. HMM은 대형 선박 효과인 화물 비용 축소, 항로 합리화 등 원가 구조 개선과 운임 상승 등을 흑자 달성 이유로 꼽았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척 유럽항로 투입은 대한민국 해운산업을 재건하는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HMM이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국가기간산업의 핵심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해주고, 선화주 상생의 모범으로도 기여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미ㆍ중 분쟁 등은 앞으로 실적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해수부는 이런 어려움을 반영해 2022년 해운산업 총 매출 목표치를 기존 51조원에서 42조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해수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유동성 지원을 강화하며 새로 건조하는 선박에 투자하는 기업의 법인세 인하 등 세제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정부 지원과 별개로, 고객 중심의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내부 경영 혁신을 통한 역량 강화와 영업 체질 개선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지속해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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