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병가 연장 가능했다고?" 국방부 해석에 분노한 예비역들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전화로 병가 연장 가능했다고?" 국방부 해석에 분노한 예비역들

입력
2020.09.11 18:00
수정
2020.09.11 20:04
0 0

"복무 중 실제 경험한 것과 너무 달라" 지적
"추미애 아들 감싸려 잘못된 전례 만들수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주요 현안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대 미복귀 문제가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된다면 병가를 연장하지 않을 장병이 있을까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군 복무 시절 휴가 연장 논란에 대해 국방부가 "문제 없다"고 입장을 정리하자, 현역 시절 휴가와 병가 때문에 속 앓아야 했던 예비역들이 분노했다. 국방부는 입원보다 상대적으로 경증인 통원치료가 필요할 때 오히려 더 간소한 절차로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상식에서 벗어난 이런 면죄부 때문에 군 내에서 비슷한 요구가 쇄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예비역들이 가장 크게 분노한 지점은 국방부가 설명한 병가 연장의 절차다. 국방부가 내놓은 ‘법무장관 아들 휴가 관련 규정 등에 대한 설명자료'를 요약하면 "입원하지 않았다면 전화로 병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육군 규정에 병가 연장시 군 병원의 요양심의의결서가 필요하다고 적시됐더라도, 상위 규정인 국방부 훈령에 따라 입원을 제외한 통원치료 병가는 요양심사위원회를 열지 않아도 연장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방부는 “휴가 중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전화 등으로 연장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곁들였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간부나 병사로 군대에 다녀온 군 경험자들은 "현역 시절 듣도 보도 못했고, 실제 경험한 것과 너무 다른 황당한 규정 해석"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비역 육군 병장 손모(32)씨는 "통원치료를 요하는 병가의 경우 꾀병 가능성 때문에 절차가 더 엄밀해야 하고, 오히려 병증이 중한 입원치료는 민간병원 진단서로 대체 가능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육군 병사로 군 생활을 하다가 손가락 끝마디 절단 사고를 당한 이모(35)씨도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서도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병가 얘기를 함부로 꺼내지 못했다”며 "병가 연장이 이렇게 쉽게 이뤄진다면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군에 서씨의 휴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국방부의 해명도 분노를 자극한 지점이다.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군 전산망에 남아있는 서씨의 관련 휴가명령 기록을 검토해야 하는데, 이 자료는 보존기간이 5년임에도 현재 분실된 상황이다. 예비역 육군 병장 홍모(32)씨는 “병사들의 통상 휴가 일수도 병적으로 관리하는 군대가 특별한 휴가인 병가 기록을 분실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투사 출신 예비역 김모(26)씨도 "근거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서씨에게 유리한 규정만 들고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방부의 감싸기식 규정 해석이 향후 병가가 악용 또는 남용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군대에서 장애를 얻은 이씨는 “군대 가기 전에 질병을 치료하고 가는 것보다는, 병가 절차를 이용해 입대 후 치료하는 게 더 이득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부득이한 사유'를 너무 관대하게 봐 줬다는 지적도 있다. 예비역 장교 성모(30)씨도 “거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대 복귀 후 추가 병가를 쓰는 게 일반적”이라며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