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톤짜리 기계 옮기면서... 최소한 안전장치 하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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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톤짜리 기계 옮기면서... 최소한 안전장치 하나 없었다

입력
2020.09.11 17:45
수정
2020.09.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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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화물차 노동자 1명 숨져
노동계 "다단계 하청 구조 사망 사고 또 불렀다"
"김용균 사망 사고 이후 바뀐 것 없어"

지난 10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스크루를 화물차에 결박하던 A(65)씨가 굴러 떨어진 기계에 깔려 숨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 태안=연합뉴스

2018년 12월, 고 김용균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다시 작업 중 사망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김용균 사망 사고를 계기로 일명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까지 만들어졌지만, 현장의 다단계 하청 구조 등은 변한 게 없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복잡한 고용 구조,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극'이라고 규탄했다.

11일 충남경찰청은 전날 발생한 화물차 운전기사 A(65)씨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업장의 안전 수칙 이행 여부 등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0일 오전 9시 48분쯤, 스크루(석탄을 들어 올려 옮기는 둥근 모양의 기계)를 화물차에 묶다가 갑자기 기계가 굴러 떨어지면서 여기에 깔렸다. 스크루의 무게는 2톤가량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당시 이 작업에 연관된 회사만 3곳에 달한다. 스크루를 정비하기 위해 발전소 밖으로 반출하는 작업이었는데 작업의 안전 감독자는 원청인 태안화력발전소, 즉 한국서부발전이고 스크루를 고치는 일은 신흥기공이라는 회사가 맡았다. 신흥기공은 운반을 위해 화물차 운전자인 A씨와 계약을 맺었다. 당일, 스크루를 지게차로 들어 A씨의 화물차에 옮긴 회사는 한국서부발전소의 또 다른 하청업체다. 기계를 하나 옮기는데 3곳의 회사와 1명의 특수고용직노동자(A씨)가 얽혀 있던 셈이다.

지난 10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스크루를 화물차에 결박하던 A(65)씨가 굴러 떨어진 기계에 깔려 숨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 태안=연합뉴스

복잡한 하청 구조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에 소홀하게 되는 악영향을 부른다. 박준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외주업체마다 이윤을 남겨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위험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도 상식적으로 둥글고 무거운 물체를 운반하면 위에서 크레인으로 이 물체가 굴러 떨어지지 않게 잡아줘야 하는데 그런 장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최근 5년간(2015년~2019년 8월)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자회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사상자 중 협력업체 직원은 265명으로 정규직(6명)에 비해 44배 많다.

노동계는 반복되는 산재 사고에도 위험시설의 근무 환경이 그대로라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김용균 사망 사고 이후 발족한 '김용균 특조위(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22개 권고안에서 △연료ㆍ환경설비 운전 노동자의 정규직화 △사고 위험이 높은 대규모 사업장의 의료진 상주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이번에도 닥터헬기를 타고 단국대 병원으로 이송하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비판했다. A씨는 사고 이후 태안의료원으로 처음 이송됐는데, 이 때만 해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 사무처장은 "원청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통해 작업과 고용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기업이 스스로 개선하지 못하는 만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가 유해ㆍ위험 방지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법안보다 더 강화됐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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