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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말해도 범죄?" vs "인격 침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위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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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말해도 범죄?" vs "인격 침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위헌일까

입력
2020.09.10 18:25
수정
2020.09.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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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공개변론... 디지털교도소 논란 등 겹쳐 쟁점화
청구인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어…표현 자유 위축"
법무부 "민사상 손해배상은 예방적 효과 부족"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형법상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형법상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명백한 사실이라고 해도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형사처벌을 가능케 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두고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청구인 측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위헌임을 주장한 반면, 피청구인 법무부 측은 "법이 사라질 경우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 등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맞섰다.

문제가 된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307조다. 다만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의 조각 사유를 두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문제는 비(非)범죄화하고, 민사 소송으로 해결하는 추세다. 유엔도 지난 2015년 한국 정부에 이 법의 폐지를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올려 공유하는 '디지털 교도소'를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 법의 존치 여부는 더욱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현행법의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처벌을 원칙으로 하면서 공공성이 있을 경우를 예외로 할 것이 아니라, 공익과 무관하게 오로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이라는 점을 검사가 입증할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범죄 구성요건에 포함되기 때문에 현행 법은 표현의 자유 위축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재중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만약 진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평판이 있다면 이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몰라서 얻게 된 '허명(虛名)'에 불과하다"며 "진실에 의해 바뀌어져야 할 대상이지, 보호해야 할 명예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법무부 측은 "공표된 사실이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 성적 지향, 가정사 등 사생활인 경우, 이를 공표하는 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현행법 유지를 주장했다. 또 "민사상 손해배상과 같은 사후적 구제는 형벌과 같은 예방 효과를 갖기 어렵다"며 "우리나라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어 개인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명예'는 의사소통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최소한의 자격으로, 명예가 완전히 상실되면 반론을 해도 영향력 있게 작용하기 어렵다"며 "누군가를 대화 마당에서 소외되게 만드는 표현의 자유는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헌법재판관들도 양측에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쟁점을 좁혀 나갔다. 이영진 재판관은 "공적 인물과 공적 관심사에 대한 진실한 사실 적시까지 범죄 구성요건에 포함된다면,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 형해화되고 사실을 토대로 한 토론과 숙의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공인과 사인을 구분해 법 적용을 달리하는 방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헌재는 이날 논의를 토대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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