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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험 경시, 김정은은 치켜세우기"... 트럼프 폭로 책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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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험 경시, 김정은은 치켜세우기"... 트럼프 폭로 책 일파만파

입력
2020.09.10 14:22
수정
2020.09.10 18: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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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특종기자, '격노'서 트럼프 실정 폭로
18차례 인터뷰... 코로나ㆍ북미ㆍ주변관계 담아
"트럼프는 대통령직에 결코 맞지 않는 사람" 일침

오는 15일 출간을 앞두고 9일 공개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저서 '격노'의 표지. 워싱턴=EPA 연합뉴스

오는 15일 출간을 앞두고 9일 공개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저서 '격노'의 표지.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고의로 축소하려 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첨에 녹아났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의 책 '격노'의 내용 일부가 9일(현지시간)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물론 2020년 미국 대선 판도를 흔들 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폭로 내용은 인정하면서도 "내가 아니었으면 수백만이 죽었을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역공에 나섰다.

트럼프 "코로나 일부러 위험 낮춰 얘기"

WP와 미 CNN방송은 15일 출간 예정인 우드워드의 저서 중 핵심 내용을 이날 보도했다. 우드워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 정식 인터뷰를 하고,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보강 취재해 내놓은 책이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8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코로나19가 대통령 재임 기간 국가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외부에는 별 것 아닌 감기처럼 이야기했고 대신 우드워드와의 통화에선 "공기를 들이마시기만 해도 걸린다"며 위험성을 인정했다.

당시 미국은 첫 코로나19 환자(1월 26일), 첫 사망자(2월 29일)가 나오는 등 점차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9일 우드워드에게 "일부러 위험이 낮은 것처럼 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미국민의 불안, 공황 상태(패닉)를 막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7월 21일 마지막 인터뷰에선 "바이러스는 나와 전혀 상관이 없고 내 잘못이 아니다"면서 "중국이 망할 바이러스를 보냈다"고 떠넘겼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방향타 없는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는 폭로도 있었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가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지속시간은 마이너스 숫자와도 같다"면서 "그의 유일한 목적은 재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ㆍ김정은 친서엔 상호 애정 넘쳐

2018년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2018년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책의 또 다른 부분은 세 차례의 북미 정상 간 만남과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친서 관련 폭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 및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핵무기의 관계를 부동산에 비유했다고 밝혔다. "진짜 이건 집을 사랑해 그 집을 팔 수 없다고 하는 누군가와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욕설을 섞어가며 "아주 큰 거래였지만 나는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우드워드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친서 27통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각하'라는 명칭을 썼다. 또 "우리 둘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은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고 표현했고, 고모부 장성택 처형의 전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대목도 있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 내용도 공개했다. 당시 두 사람 사진이 실린 뉴욕타임스 1면과 함께 "위원장님, 멋진 사진이고 훌륭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적었다는 것이다.

2017년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고조됐던 상황을 설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무기시스템인 핵을 개발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전에 결코 들어보지 못한 물건"이라고 과장하기도 했다. 나중에 미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 공개 사실에 깜짝 놀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가 한국을 지키고, 존재하게 한다"면서 주한미군을 '호구'로 표현했다고 우드워드는 주장했다.

우드워드 "트럼프는 대통령에 맞지 않는 사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 백악관 외교 접견실에서 사법부 인사 관련 행사 중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 백악관 외교 접견실에서 사법부 인사 관련 행사 중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외교안보 책임자들의 비판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짐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위험하고 부적합하고 도덕적 기준이 없다"고 평가했고, 다니엘 코츠 전 국가정보국장은 "트럼프에게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의 '유일한' 충신으로 묘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대통령 주변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시위와 관련해 흑인들의 분노와 고통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는 폭로도 담겼다. 우드워드는 "트럼프는 그 직분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로 책을 끝맺었다고 CNN은 전했다.

이날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라며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싶지 않고 공황 상태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수백만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정에 없던 연방대법관 후보자 명단 발표를 위해 마이크를 잡고 공화당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관련 보도 직후 "역겹다"고 쏘아붙이며 "미국민들의 생사를 건 배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합주(州) 미시간을 찾은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는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면서도 몇 달 동안 고의적으로 경시했다"면서 "더 나쁜 건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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