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호' 1년… "공정위가 잘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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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호' 1년… "공정위가 잘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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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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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잇단 조사에도 무혐의 
전임 김상조보다 시장 접촉 줄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년 출입기자단 정책소통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성욱 위원장이 취임한 지 10일로 1년을 맞는다. 취임 초부터 관심을 보였던 정보통신기술(ICT), 소비자 정책 분야에서 그는 서서히 결과물을 내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수년간 조사했던 대기업 사건들이 상당수 무혐의ㆍ미고발로 종결되고, 부처 간 정책 주도권에서도 다소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정위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굵직한 사건 입증 못해… "지나치게 엄격"

9일 공정위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 위원장 취임 후에도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을 꾸준히 파헤쳐 왔다. 태광그룹의 이른바 ‘김치 성과급’ 사건을 조사해 이호진 전 회장을 고발하고, SPC그룹의 ‘통행세 거래’를 밝혀낸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요란한 조사 과정에 비해 '허무한' 결과도 적지 않다. 미래에셋그룹에 과징금 44억원을 부과하면서도 “박현주 회장은 지시 아닌 관여를 했을 뿐”이라며 고발하지 않았다.

한화그룹은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사무처(검찰 역할) 의견(심사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법원 역할)가 “정상가격 입증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를 두고 “지나치게 엄격한 입증을 요구해 앞으로 조사에서 불리한 상황을 자초했다”고까지 지적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이런 지적에 “공정위 내에서 사건 조사와 심판 기능이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라며 오히려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법원이 인정할 정도가 아니라면 고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혁신'에 밀린 '공정' 존재감

각종 경제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공정위의 존재감이 다른 부처에 밀린다는 인상이 짙어진다. 공정위 내부에서조차 “정책 주도권을 다른 부처에 빼앗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한탄할 정도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추진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에 일종의 금융회사인 벤처캐피탈 설립을 허용하면 ‘금산분리’ 원칙이 깨진다며 반대 입장을 견지했지만, 결국 의원입법 형식으로 공정거래법에 관련 내용을 집어넣기로 하며 물러섰다. 내키지 않지만 국회와 다른 부처의 '눈총'이 거세지자 안전장치를 전제로 경쟁당국의 자존심을 굽힌 셈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왜 입장을 바꿨느냐”는 비난성 질문에 “국회에서 먼저 CVC 도입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위원장에게는 여전히 '학자' 이미지가 강하다. 공정경제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던 전임 김상조 위원장에 비하면 시장과의 접촉도 덜하다. 김상조 위원장이 ‘4대그룹’, ‘10대그룹’ 식으로 기업인을 만나 재벌정책 메시지를 던졌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조심스럽다. 김영균 대진대 명예교수는 “전문성이 있고 노력도 하는 것 같지만 두드러지는 활동이나 성과는 없었던 것 같다”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

온라인 플랫폼ㆍ소비자 등 관심사에선 성과

조 위원장은 이런 평가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그는 1년 전 취임사에서 “혁신이 이뤄지는 시장 생태계를 위해 경쟁당국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소비자 피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취임 직후 ICT 특별전담팀을 설치했고, 최근 첫 결과물로 네이버의 부동산 매물 독점 행위를 제재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디지털 공정경제 관련 법안 입법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처리될 때는 "경쟁 촉진과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올 1월 넷플릭스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한 데 이어 6월에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최저가 보상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갑질을 제재했다.

조 위원장은 “취임 후 주요 신산업 동향을 주시하고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의 청사진을 그렸다. 글로벌 기업의 부당한 약관을 시정하는 등 소비자 기만 행위도 경종을 울렸다”고 자평했다.

배달앱 분야의 인수합병(M&A) 심사, 구글의 앱마켓 독점 등 디지털 관련 현안 해결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조 위원장은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한 사업자가 다른 앱마켓을 배제하는 행위를 조사 중"이라며 "배달앱 기업결합은 연내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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