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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국내 콘텐츠 산업 식민지화할 작정인가

입력
2020.09.10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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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90년대, 글로벌 문화 콘텐츠 시장을 설명하는 중요 이론으로 ‘문화제국주의’ 이론을 꼽을 수 있다. 이 이론은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문화 콘텐츠를 전 세계로 유통시켜 이를 소비하는 다른 국가의 경제와 문화가 점차 미국에 종속되어 가는 것을 우려한다. 자본력이 문화 불균형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비단 과거에만 작동했던 것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의 콘텐츠는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미디어 시장은 폭풍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큰 변화 동인 중 하나는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플랫폼이라는 용어가 유행어처럼 쓰였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은 콘텐츠 생산, 유통, 소비의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렸다.

대부분의 국가와 유사하게 국내 모바일 플랫폼 시장도 구글과 애플이 복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구글은 결제 시스템 업데이트를 명분으로 앱 마켓에서 자사의 결제 수단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국내 사업자들에게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게임 분야에만 적용해 온 룰을 디지털 콘텐츠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관련해 최근 콘텐츠 사업자들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사업자들의 우려와 두려움을 엿볼 수 있었다. 본인의 사업뿐 아니라 콘텐츠 산업과 생태계 전체가 망가질 수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이제 막 발아하기 시작한 콘텐츠 산업의 싹이 잘려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구글이 가져가는 수수료 매출은 추적이 불가능해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다”며, 국내 시장에 재투자될지 의문스럽다는 입장도 보였다. 그간 글로벌 사업자들의 행적을 볼 때, 국내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창출된 부는 고스란히 미국으로 건너갈 것이다. 이 돈은 구글 자사의 성장을 위해 쓰이고, 미국 문화 콘텐츠를 보다 잘 유통하는데 쓰일 것이다. 결국 구글의 자사 결제 수단 강제는 디지털 문화제국주의 확산에 이바지 할 것이다. 국내 모바일 생태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되어, 사업자들이 걱정하던 ‘국내 콘텐츠 산업의 디지털 식민지화’가 수년 내 현실이 될 것이다.

구글이 ‘자사 결제 수단 강제’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린다고 알려지자 업계, 정부, 국회, 시민단체에서 반응했다. 이제 구글이 응답할 차례다. 이해관계자들이 반응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사업자들이 어렵게 목소리를 들려준 만큼 오픈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구글의 책임감 있는 답변이 기다려진다.



김정환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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