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형→2심 무죄석방 반전
외국인 가사도우미 학대 잇따라
동남아시아 최대 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공항그룹 회장 집에서 일하다 절도 혐의로 붙잡힌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가 무죄 석방됐다. 현지에선 고위층 고용주의 갑(甲)질에 시달리던 약자가 누명을 벗었다고 환영했다.
9일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리우문롱 창이공항그룹 회장 집에서 2007~2016년 약 3만4,000달러(4,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 A(46)씨에 대해 4일 무죄 선고했다. A씨는 8일 석방됐다.
A씨는 지난해 3월 4번의 절도 혐의로 1심에서 2년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100쪽 분량의 판결문을 통해 1심 판결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증거를 처리한 방법과 통역사 도움 없이 A씨로부터 받은 경찰 진술서, 훔친 물건의 석연치 않은 기록, 리우 회장 가족이 A씨를 쫓아내려 했다는 부적절한 동기를 문제 삼았다.
A씨 사건은 싱가포르 내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처우와 관련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고용주의 갑질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A씨가 경찰 조사 등 사법 처리 과정에서 불공정한 대우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판결 직후 샨무감 내무부 겸 법무부 장관은 "판사의 결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공정하게 조사할 테니 마녀 사냥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싱가포르에선 가사도우미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엔 가사도우미를 학대한 혐의로 고용주가 11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엔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의 사연이 담긴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동영상 속 여성은 "주인 가족 중 누군가 병에 걸리면 월급이 깎였다. 주인은 내가 병균을 옮겨왔다고 말했다" "하루 한 끼만 먹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에 흠뻑 젖게 된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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