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리고, 사업확장... 코로나에도 콧대 세우는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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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올리고, 사업확장... 코로나에도 콧대 세우는 명품

입력
2020.09.10 07:00
수정
2020.09.1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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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호텔  불황에도 전문 인력 영입
구찌 등  2분기 실적 中서 만 최대 65%↑
"아시아 매출 의존전략 경계해야" 지적도

3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에 마련된 '루이비통 남성 단독 팝업 스토어'. 이 매장은 업계 최초로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 2020년 가을겨울 신상품을 선보인다. 연합뉴스

장인(匠人)이 만든 고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이다. 경기 불황으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는 와중에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고 이종업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등 '용감한(?)' 행진을 하고 있다.

명품의 겁없는 사업 확장

해외대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구찌는 올 상반기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최근 루이비통 모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68%나 하락해 16억7,000만유로(2조3,350억원)의 손실을 봤고, 구찌 모기업 케링그룹도 구찌의 상반기 매출이 같은 기간 34%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하고 해외 여행객이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두 명품 브랜드는 기가 꺾여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대신 과감하고 공격적인 도전을 택했다. 바이러스 창궐 이후 호황을 맞은 건강ㆍ웰빙 관련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LVMH는 2년 전 고급호텔 체인 벨몬드를 인수해 ‘호텔의 명품화’를 선언했지만 코로나19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호텔 내 레스토랑이나 헬스, 스파 등을 활용한 고급 마케팅을 내세우면서 고객과의 소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짰다. 이를 위해 LVMH는 조만간 고객관리 운영 및 서비스 등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전문가를 영입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구찌도 레스토랑 사업 확장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구찌는 미쉐린 3스타 셰프인 마시모 보투라와 협업해 이탈리아 피렌체에 이어 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도 레스토랑 문을 열었다. 감염병 확산이 진행 중이지만 이르면 연내 일본 도쿄에도 매장을 낼 예정이며, 다른 아시아 도시로 매장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저울질하고 있다. 버버리그룹도 아시아시장을 노려 중국 기업 텐센트홀딩스와 손잡고 올해 중국 선전에 카페를 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염두에 두고 장기 전략에 투자를 하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사ㆍ쇼핑ㆍ휴식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려는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물론 “감염병 영향이 소비 양극화를 가속화할 것(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이라는 진단도 있다.

유럽보다 30% 비싸도 中 소비자는 산다

7월 중국 베이징의 샤넬 매장 앞에서 보건당국 관계자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가격인상도 두드러진다. 명품시장은 코로나19 시대에도 꾸준히 제품 가격을 올렸다. 미 패션지 보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올 들어 3월과 5월, 구찌도 5월과 6월 두 차례나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샤넬(5월)과 프라다(7월) 역시 가격인상 정책을 썼는데, 프라다의 경우 “포용적으로 한 자릿수(퍼센트) 인상”이라며 있는 콧대를 더 치켜세웠다. 오프라인 점포 폐쇄와 해외여행 감소, 소비심리 위축이 초래한 매출 감소를 일부라도 보존하려는 노림수였다.

명품의 배짱은 정부 당국이 아무리 도시를 봉쇄하고 통제해도 가격상승 전략이 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 정책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시장에서 제대로 먹혀 들고 있다. 최근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중국 시장은 명품의 먹잇감이나 다름 없다. 루이비통과 구찌는 전 세계 매출 하락에도 불구, 2분기 중국에서만 전년 대비 각각 65%, 40%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깜짝 성과를 거뒀다. 중국에 매달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격이 유럽보다 훨씬 비싼데도 중국 소비자들은 명품 수집에 지갑을 열기가 바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UBS에비던스랩 자료를 보면 올해 중국에서 판매된 명품 브랜드들의 평균 가격은 유럽과 비교해 30% 가까이 높았다. 한국과 홍콩은 20%, 미국은 15% 가량 유럽보다 비쌌다. 그럼에도 루이비통은 지난 1년 동안 중국에서 평균 20%나 제품 값을 올렸다.

다만 명품 브랜드들의 아시아시장 ‘올인’ 전략이 위험하다는 분석도 있다. 프란체스카 디 파스칸토니오 독일 도이체뱅크 자산가치담당 연구원은 “2010~2014년 중국 경제 호황기에 명품 시계 브랜드들은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했으나 역효과를 봤다”면서 “이후 6%대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해 거품이 꺼지자 많은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 전략을 재고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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