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문건 "서씨, 군 병원에서 충분히 진료 가능" 적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퇴장하고있다. 뉴시스
"카투사(KATUSAㆍ미8군 증강된 한국군 육군 요원)는 미 육군 휴가 규정을 따른다"고 주장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 측이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군 당국이 '카투사도 휴가는 대한민국 육군 규정을 따른다'는 해석을 내놓자, 이번에는 "주한 미군 규정과 육군 규정 모두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구두로 승인된 서씨의 2차 병가에 대해서도 "군대에서 명령은 구두가 우선"이라고 반박했지만, 병가 관련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데 대해서는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서씨를 변호하는 현근택 변호사는 9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씨 병가와 관련해 “미군 규정이 적용되면 한국군 규정이 적용 안 되고, 한국군 규정이 적용되면 미군 규정이 적용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카투사에 대해서는 두 규정이 다 적용된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변호사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서씨가 복무한 카투사는 육군 규정이 아닌 '주한미군 육군 규정(600-2)이 우선 적용돼 병가와 휴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루 만에 입장이 바뀐 것이다.
한발 물러선 현 변호사의 해명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현 변호사 주장대로 한국군과 미군 규정이 모두 적용된다면 2017년 6월쯤 발급된 서씨의 '병가 기록'이 현재 남아 있지 않은 것은 '5년간 보관'을 규정한 한국군 규정을 어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들은 "서씨측 해명대로라면 1년간 휴가 관리일지를 보관하는 주한미군 규정을 따른 것일수 있지만, 5년간 보관하라는 한국군 규정을 어긴 게 분명하다는 점을 자인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현 변호사는 "군대에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은 저희들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서씨가 2차 병가를 구두로 신청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은 여전하다. 현 변호사는 이날 "군대 등에서 명령은 구두가 우선"이라면서 "명령의 근거는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걸 저희를 탓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미 육군 규정은 "병사가 휴가 중 민간인 병원시설에 입원할 것을 요청할 경우, 민간인 병원시설의 권고에 의거, 최대 10일간의 청원휴가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두'로 신청이 가능한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날 공개된 국방부 인사복지실의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현황' 문건에 따르면, "병원의 주치의가 출장을 간 관계로 필요서류를 차주 중 발송하겠다고 했으면 병가 심의 전까지 개인 휴가를 사용하고 병가 연장 승인 후 병가로 대체시키는 것을 인지시켰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한국군 규정에는 '휴가, 외출, 외박 중인 자가 민간의료기관 입원 승인을 요청할 시 민간의료기관의 소견과 입원 예정기간이 명시된 진단서를 첨부해 소속부대의 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소속부대의 장은 민간의료기관에서 발행된 진단서 상의 입원 예정기간 10일까지는 청원휴가를 허가하고 진료기간이 10일을 초과하는 경우 군 병원으로 입원을 의뢰한다'고 육군본부 내부 규정인 '환자관리 및 처리규정'에 적혀있다. 한국군 규정을 적용하면 서씨의 병가 '구두' 신청은 불가능했다. 때문에 국방부의 조치 자체가 "일반 병사라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뿐만 아니라 이날 공개된 국방부 문건에는 2차 병가 불과 두 달 전 1차 병가 기록에 당시 군의관이 서씨 병명을 '상세불명의 무릎 내부 이상, 상세불명의 연골 또는 인대'라고 규정하고, "상기 환자 진단명에 대해 의학적으로 군 병원에서 충분히 진료 가능한 상황이나, 환자 본인이 민간병원 외래치료를 원해 10일간 병가를 요청한다"는 소견이 포함돼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