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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전광훈'의 탄생, 평신도들도 책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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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전광훈'의 탄생, 평신도들도 책임있다

입력
2020.09.10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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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이정배(왼쪽)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와 박종선 생명평화마당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교회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작은 교회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재진 기자

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이정배(왼쪽)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와 박종선 생명평화마당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교회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작은 교회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재진 기자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겁니다. 평신도가 감히 목사님 말씀을 의심하거나 질문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죠. 신자들은 예배에서 지극히 소극적인 존재입니다. 신자가 신앙의 주체로 제 역할을 못하니 전광훈 목사와 같은 괴물 목사가 나타난 겁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신천지'에 이어 가장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이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였다. 이 때문에 개신교계에선 연일 자성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무리 자성한다 해도 본질적 질문은 되풀이 된다. 정말 전 목사 한 명만 문제냐, 전 목사만 쫓아낸다고 달라질 것이냐. 이미 전 목사 이단 지정 움직임을 두고 '손절'이란 표현까지 오르내린다. 실컷 이용해먹고 이제사 버리면서 자신들은 아닌 척 한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전 목사와 선긋기'를 넘어 개신교계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교회 개혁 운동을 해온 박종선(60) 생명평화마당 대표와 이정배(66)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가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마주한 이유다.

생명평화마당은 10년째 '작은 교회' 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다. 기득권 대형 교회 대신 물리적으로 신자 수가 적은 교회, 그리고 △탈(脫)성장△탈성직 △탈성별을 추구하는 교회를 지향한다. 이 가운데 '탈성직'이란 목회자에 대한 무분별한 추종을 끊는 일이다. 이들이 개신교 비판을 전 목사에게서 끝내지 않고, 평신도들에게까지 이어가는 이유다.

박 대표는 "'목사님 말씀을 그대로 믿어야 한다'고 배워온 대다수의 신자들은 비판적 사고가 어렵다"면서도 "목회자의 일탈은 당사자 뿐 아니라 그들에게 제동을 걸지 못한 신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교수 또한 "목사들은 자신을 하나님, 교회와 동일시하고 이를 '삼위일체'라 부르면서 무조건 믿으라고들 한다"며 "하지만 신앙은 '초(超)합리'의 영역이지 '비(非)합리'가 아니기에 '믿습니까?' '아멘'만 내세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공 반이슬람 반동성애 등 이념을 기준으로 상대를 적대시하는 것도 문제다. 이 전 교수는 "기독교의 기본 정신은 나를 부정해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인데, 지금 개신교는 타인을 부정하며 악마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도 "개신교들이 내세우는 이념과 주의가 되레 개신교인들을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데 기여했다"면서 "특히 젊은 세대의 이탈이 심한데 나중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런 모순이 존재하는 한, 당장 전 목사가 재수감되고 버려져도 제2, 제3의 전광훈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이 전 교수는 "전 목사는 개신교의 모든 모순을 한 몸에 드러내는 인물"이라면서 "그렇기에 모든 목회자에게는 전광훈의 'N분 1'만큼의 닮은꼴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전 목사를 비판해도 "은연 중에는 전 목사를 지지하는 목사들이 여전히 많다"고도 했다.

그래서 개신교계의 변화는 평신도에서 시작돼야 한다. 국민더러 변화하라는 정치가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듯,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너만 잘났냐는 소리 듣기 딱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방법은 그것 뿐이다. 어릴 적부터 다닌 친구 등 그간 인간관계가 있는데 어쩌고 망설일 게 아니라 그건 아니지 않느냐고 물어야 한다. 박 대표는 "한 교회를 일단 다니기 시작하면 그 교회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번쯤은 개혁교회에 가서 자신의 신앙생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전 교수도 "코로나19로 온라인 예배가 자리 잡으면서 다른 교회의 설교도 들을 수 있게 됐다"며 "마음을 사로잡는 교회로 이동하는 신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교회만 고집하지 않는 '생활신앙'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 전 교수는 "희랍어로 교회는 '에클레시아(Ecclesia)'라고 하는데, 그 뜻은 밖으로 흩어진다는 것"이라며 "신앙은 예배당 바깥의 삶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목회자와의 대면예배'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일상대면'이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이들은 16~17세기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직자의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낮은 자세로 대화를 해야 한다. 요즘 개신교계에서 가장 예민한 주제인 동성애 문제도 그렇다. 이 전 교수는 "성경에 나온 문구를 근거로 드는 '문자주의' 교회들은 가장 배타성이 강하다"면서 "전향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고민하는, 대화 가능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목사들이 하지 못하면, 평신도들이 나서서 해야 한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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