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은행권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시중은행에 비해 몸집이 훨씬 작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폭발적인 신용대출 증가세로 시중은행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4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12조5,000억원)보다 15%(2조2,000억원)나 증가했다. 특히 ‘동학개미’들이 속속 증시에 뛰어들었던 올해 3월에는 한 달 동안 무려 1조원이 늘었고, 지난달에도 4,000억원 뛰었다. 출범 첫해(2017년 말) 신용대출 규모가 4조6,000억원 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10조원 이상 늘린 셈이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이 진행된 이달 초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상품에 접속 지연 현상까지 일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달에는 대출 액수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7월 신용대출 영업을 재개한 케이뱅크 역시 8월 말 기준 잔액이 1조7,800억원으로 두 달간 5,200억원이나 늘었다.
물론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124조3,000억원)도 작년 말(109조9,000억원)보다 13% 늘었다. 절대 액수만 따질 경우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생긴지 3년밖에 안된 자산규모 24조4,000억원(6월 말 기준)의 인터넷은행 신용대출 증가폭이, 자산규모 300조~400조원의 시중은행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 등 비주택담보 개인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약 5%)이 6개 지방은행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카카오뱅크는 특히 소득ㆍ재직증명서 등 각종 서류 제출 없이 5분 내에 신용대출 한도를 조회하고 신청하는 등 100% 비대면으로 대출을 내주면서 젊은층 수요를 끌어 모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등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의 주범으로 은행권을 콕 집어 겨냥하면서, 향후 규제가 강화될 경우 전체 여신 가운데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카카오뱅크의 영업에 빨간 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대출 실적 경쟁에 기인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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