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예방 분야 최고 전문가
메르스 땐 "억울한" 감봉 징계
코로나19 최일선서 이끌어
보건복지부 산하 본부에서 독립해 청으로 승격하는 질병관리청의 첫 수장에 예상대로 정은경(55) 질병관리본부장이 낙점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정 본부장을 신임 청장으로 임명했다. 통상 차관급 인사는 서면으로 발표했던 청와대였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강민석 대변인이 직접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최일선을 이끌어온 정 신임 청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 청장은 광주 출신으로 전남여고와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보건학 석사와 예방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8년 연구관 특채로 보건복지부에 입사했다. 의사 출신 공무원으로 질병정책과장과 응급의료과장 등을 거친 뒤 2004년 질본이 설립될 때부터 참여했다. 질본에서도 만성질환관리과장과 국장급인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을 맡아오다 2017년 실장급을 건너 뛰고 차관급인 본부장에 올랐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이다.
승승장구의 배경에는 국내에서 손 꼽히는 감염병 예방 분야 전문가라는 점이 꼽히지만, 이에 따른 시련도 겪었다. 그는 질본 질병예방센터장이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수습 과정에서 현장점검반장을 역임했다. 당시에도 그는 감염 예방과 역학조사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공식 언론브리핑으로 직접 상황을 전달했지만, 추후 ‘정부 대응 미흡’이라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함께 ‘감봉’ 징계를 받아야 했다. 당시 ‘억울한 징계’라는 안팎의 평가가 많았지만, 그는 묵묵히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했다. 전문성과 업무 능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첫 여성 질본 본부장으로 발탁되는 배경이 됐다. 당시 청와대는 “메르스 등 실무 경험을 겸비해 질병 관리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갈 적임자”라는 이유로 파격 인사를 설명했다.
국민을 감염병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는 정 청장이 왜 적임자인지 확인시켜 준 무대였다.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국민의 시선은 매일 질본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담담하게 현재의 상황과 향후 대응책을 설명하는 정 청장이 있었다. 매일 빠짐없이 한달 이상 쉬지 않고 그가 브리핑을 열자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날로 늘었다. ‘머리 감을 시간도 아끼기 위해 머리까지 짧게 깎았다’, ‘하루 1시간 이상은 잔다’는 그를 국민들은 신뢰했고 지지했다. 급기야 외신들까지 정 청장을 한국의 ‘진짜 영웅’으로 소개할 정도였다. 인사권과 예산권이 복지부에 귀속된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켜 정 청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오롯이 그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바탕이 됐다. 질본의 청 승격 논의 시작 때부터 초대 청장으로 그를 제외한 다른 인물은 거론조차 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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