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법으로 막겠다는 글을 올린데 이어 지난 7일 이를 실행에 옮기는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이 이날 발의한 행정소송법 개정안은 감염병 예방조치 처분과 관련된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이 의무적으로 질병관리청장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고, 더 나아가 질병관리청장이 우려의견을 제출한 경우로서 행정청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즉시항고한 경우에는 그 결정의 집행이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했다. 아무리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이고, 여당이 국회의 절대 다수를 점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이런 초헌법적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권당 국회의원이 광화문집회 관련 국민 비난여론을 등에 업고 삼권분립의 원리에 반하는 이런 내용의 법안을 제안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우려스럽다.
이 법안은 우선 행정처분에 대한 사법 심사를 무력화하므로 삼권분립의 원리에 반하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우리 행정소송법은 행정처분에 대해 국민이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행정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 이른바 ‘집행부정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국민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별도의 집행정지 신청 없이도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독일의 경우보다 행정처분의 효력을 강력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집행부정지원칙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국민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긴급한 사정이 있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원의 결정에 의해 집행정지를 꾀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별도의 사법적 판단 없이 행정청이 단독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니 삼권분립의 원리에도 반하고 국민의 재판청구권도 무력화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행정소송법 개정안은 사법적 통제 없이 국민의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국민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8ㆍ15 광화문집회와 관련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하지만 아무리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정 판결을 이유로 사법부의 권한을 부정하거나 법치주의를 흔들려 해서는 안 된다. 법치주의는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법에 의한 이성적 지배를 요구하는 통치 원리이며 헌법의 수권에 따라 입법, 행정, 사법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는 원리이지 입법부가 입법으로 행정과 사법작용을 대체하는 법률만능주의는 아니다. 8ㆍ15 당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다른 집회들이 불법적으로 개최되면서 허가된 집회와는 전혀 다른 집회가 열렸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감염병예방법 등에 규정된 조치들을 좀 더 세분화하고 행정조치 위반에 대한 제재를 좀 더 강화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특정집회를 막자고 수십 년간 존치되어 왔고, 국민의 기본권의 보루 역할을 해 왔던 행정소송법의 핵심 조항을 바꾸는 것은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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