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 앙금 쌓인 듯
당초 지지의원 중 최소 5명 등 돌려
국민의힘 후보 안창수 의원 새의장으로
정재현(63) 경북 상주시의회 의장이 8대 상주시의회 후반기 의장 취임 두 달여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8일 오전 11시부터 열린 제202회 상주시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정재현 의장의 불신임안이 전체 의원 17명 중 정 의장을 제외한 16명이 투표, 찬성 10표, 반대 4표, 기권 2표로 가결됐기 때문이다. 또 곧바로 열린 차기 의장 보궐선거에서 11표를 얻은 안창수(56) 의원이 새 의장으로 선출됐다. 안 의장은 6월 말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자체 의장후보 내정 투표에서 차기 의장 후보로 뽑혔으나 실제 선거에서 떨어졌었다.
하지만 정 의장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상주시의회는 앞으로도 당분간 전ㆍ현 의장파로 나뉘어 사사건건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내년 예산안 처리와 코로나 위기 극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주시의회가 후반기 의장단이 출범 두 달도 되지 않아 파행을 빚은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발단은 8대 상주시의회 후반기 개시일을 하루 앞둔 6월30일 후반기 의장선거날 시작했다. 다수당인 국민의힘 자체적으로 선출한 안창수 의원을 내세웠지만 정재현 전반기 의장이 당선됐다. 정 의원은 4대부터 8대까지 내리 5선, 안 의원은 5대부터 4번 연속 당선됐다.
상주시의회 의석분포는 17석 중 국민의힘 13명, 민주 3명, 무소속 1명이다. 국민의힘이 지지하면 의장은 따놓은 당상이다. 한데 실제론 안 의원 대신 정재현 의원이 11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예선전 때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전국 기초의회에서 전후반기 의장을 연임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별일 없어 보였다. 최소한 겉으로는.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다른 의원들도 속으로 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장 선거 직후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쌓인 일부 의원들의 불만이 끝내 폭발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감투 욕심이 파국을 초래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 측은 ‘예선’전을 밀실 합의로 보고 이를 비난했다. 정길수 의원은 지난달 25일 제202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정 의장 사퇴를 요구했다. 다른 이유로 불만을 가진 의원들까지 모두 11명이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상주시의회는 파행을 겪다 의장 불신임과 새 의장 선출에 이르렀다.
이번 불신임안은 상주시의회 전체 의원 17명 중 10명의 공동발의로 이뤄졌다. 불신임 이유로 △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의회 위상과 품위 손상 △8대 전반기와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당내 경선으로 결정된 후보가 있음에도 의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문제 △본회의 회의록 허위 작성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의장 당선 후 상주시민의 염원이던 문경-김천 고속철도 연결을 위해 중앙무대로 뛰어다니며 노력한 것이 의회 위상과 품위 손상이냐”며 “전반기 의장은 당시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것이고, 후반기 의장 선거도 같은 당 소속 의원 7명이 선거 당일 출마를 권유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회의록 작성이 잘못돼 바로 잡은 것으로 경찰에서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상주시의회가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방자치법 제55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의장(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을 때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
이날 정 의장은 투표에 앞서 신상 발언을 요청했지만, 의원들의 난상토론과 거수 투표 끝에 다수의원 반대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해 결국 정회 중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정 의장 불신임안 의결도 통상적인 무기명 투표가 아닌 거수로 결정됐다. 정 의장 불신임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반란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 의장은 대구지방법원에 의장 불신임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효력무효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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