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전 조교 "업무용 PC에서 직인 파일 봤다"

"상장 일련번호도 조교가 임의로 작성했다" 진술
"파일은 학교서 제작했다"는 정경심 주장에 부합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전 동양대 교양학부 조교가 정경심(58)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을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 조교는 "상장이나 수료증 일련번호도 내가 임의로 부여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강사휴게실 PC에서 발견된 표창장은 동양대 직원들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 교수 측 주장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증언이다.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의혹 등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는 8일 전 동양대 조교 이모(31)씨 등 동양대 관계자 3명을 증인으로 불러 이 대학의 표창장 발급 시스템 등을 확인했다.

전 조교 이씨는 이날 “내가 사용하던 PC에서도 직인 파일을 봤다”고 증언했다.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을 본 적이 있나”는 정 교수측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씨는 ”학교에서 PC를 뒤적거린 적이 있는데 그 때 어떤 폴더 안에서 아이콘 이미지 여러 개와 함께 직인 파일 두 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 또는 자신의 전임 조교가 학교 행정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깔았을 때 자동으로 이 파일들이 저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총장 직인이 확실하냐”고 추궁하자 "확실치는 않다"고 말을 바꿨다.

정 교수 측은 앞서 강사휴게실의 정 교수 PC에서 표창장 파일이 나온 경위에 대해 “동양대 직원들이 만든 파일일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직원들이 상장과 수료증 발급 업무를 하며 사용하던 그림 파일들이 업무용 데이터를 백업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 PC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 교수 자신이 총장 직인 파일을 만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상장과 수료증 일련번호를 자신이 임의로 작성했다고도 말했다. 앞서 증인으로 나왔던 강모 교수도 “딸이 간호학과 조교로 일했는데, 상장과 수료증 일련번호는 별다른 절차 없이 직원이 임의로 기재해도 상관없다고 들었다”며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이 “정 교수 딸의 표창장과 같은 일련번호는 본 적이 없다”며 대학본부에서 일련번호를 일괄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상반된 증언이다.

이에 검찰은 수상자로부터 직접 입수한 상장을 제시하며 “수료증은 조교 임의로 일련번호를 부여했더라도 상장은 대학본부에서 직접 관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주장에 대해 이씨는 명확히 답변하지 못해 재판부로부터 꾸중을 듣기도 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