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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 눈물을 닦을 손수건"

입력
2020.09.1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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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부족의 특별한 선물 (9.11)

유목 부족 마사이족에게 소는 생존과 직결된 신성의 동물이다. 그들이 9.11 이듬해인 2002년 미국 시민을 위로하는 선물로 소 14마리를 보냈다.pikist.com

유목 부족 마사이족에게 소는 생존과 직결된 신성의 동물이다. 그들이 9.11 이듬해인 2002년 미국 시민을 위로하는 선물로 소 14마리를 보냈다.pikist.com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도, 정승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얼씬 않는다'는 속담은 권력과 이익사회의 속성에 대한 야무진 풍자다. 속담에 맞선 이들, '의기' 논개나 사육신의 단심을 기리는 것도, 따져보면 드물기 때문이다. 진주 촉석루 논개 사당과 서울 사육신공원 의절사의 향불은, 이 속담의 유구한 생명력에 대한 역설적 상징이다. 모든 공적 관계를 권력 관계로 치환해 풀이하는 이론도 있다.

아프리카 케냐 동부의 마사이 부족이 '9ㆍ11 참사' 직후 위로의 선물로 보낸 소는 세상이 온통 이 속담과 이론에 결박된 건 아니란 걸 일깨워준 드문 예였다.

마사이족은 널리 알려진 만큼 오해도 많이 받는 부족이다. 우선 전사부족이 아니라 유목부족이다. 가축을 몰고 초원을 누벼야 하는 숙명때문에, 생명과 재산을 지키자니 부득이 사자와도 맞서는 전사가 돼야 했다. 2019년 현재 그들은 케냐와 탄자니아에 약 200만 명이 소부족으로 나뉘어 산다. 개중에는 관광객 앞에서 쇼를 펼친 뒤 쉴때는 스마트폰을 켜드는 소위 '관광 부족'도 있지만, 전통을 고수하는 부족이 더 많다.

그들에게 소는 신성의 상징이자 부와 권력의 징표다. 마을로 돌아온 한 미국 유학생의 전언으로 9ㆍ11의 참상을 알게 된 한 부족장이 "눈물을 닦을 손수건" 같은 선물로 그들이 지닌 가장 값진 것을 보내기로 결정, 신성의 의식을 치른 뒤 2002년 6월 1일 케냐 대사관에 소 14마리를 전달했다.

대사관에겐 외교적 난제였다. 본토 동물원에 보내자니 받겠다는 데가 없었고, 수송 비용이 소값보다 더 나갈 판이었다. 도축도 결례였다. 미국 외교부도 판단을 못내려 세월이 흘렀고, 소들은 더 우람해졌다. 2006년 후임 대사가 '묘안'을 냈다. 그는 마사이 족장을 찾아가 "선의를 잊지 않기 위해 소를 밑천삼아 장학기금을 만들었다"고, "소 숫자만큼 매년 부족 청년 14명의 학비를 대겠다"고 밝혔다. 2009년 한 외신은 그 소들이 35마리로 불어났다고 전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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