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8일 오전 7시 복귀" 결정했지만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하지 않으면 재파업"
의료계 내부 갈등 향후 의-정 협의에 걸림돌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들이 집단 휴진을 19일만에 멈추고 의료 현장으로 돌아온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환자 진료와 수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일선 대형병원의 의료공백은 점차 정상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가 의사 국가고시(국시)를 보지 못하게 된 의대생 2,800여명을 구제해주지 않을 경우, 다시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파업 재발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파업을 멈추기까지 심각한 사분오열을 드러내며 내부 갈등을 겪은 탓에 언제라도 강성의 전공의들이 병원을 벗어나 집단 휴진에 돌입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한 전체 전공의 간담회에서 “8일 오전 7시부터 단체행동을 1단계로 낮추겠다"며 "이것이 대전협의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단체행동 1단계는 전공의와 학생 모두 현장으로 복귀하고 국시에도 응시하며 1인 시위만 진행하는 것으로, 사실상 집단 휴진 종결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소속 전공의들은 8일 오전부터 전원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전공의 내부 갈등 격화... 집행부 총사퇴
그러나 파업 중단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1시부터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박 위원장과 비대위 집행부 간부들은 그 동안의 경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전공의들이 질문에 답하며 집단행동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했다. 하지만 방송을 시청하던 8,000여명의 전공의 중 다수는 쉴새없이 댓글을 올리며 “(중단 여부를) 전체 투표로 정하자” “(국시를 포기한)본과 4학년은 어쩌라는 것이냐”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대변인과 다름 없다"고 반발했다.
결국 간담회 마지막에 박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 간부 전원이 총사퇴했다. 대전협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4일 정부ㆍ여당과 파업 중단을 합의한 후 전공의 내부 갈등이 격화되자 끝내 사퇴를 택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숨 고르기(파업 유보) 후 다음을 준비하려는 계획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모든 전공의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제 부족함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한다”고 말했다.
집행부 사퇴로 구심점이 사라지며 전체 전공의 집단행동은 지속되기 어려워졌으나 산발적인 업무 중단의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또 국시를 치르지 못한 의대생을 구제하지 않으면 전공의들이 다시 집단행동을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의료 현장 혼란이 언제 정상화될지 장담할 수도 없다. 실제 이날 비대위 사퇴 후 각 병원에선 전공의들의 복귀 여론을 묻는 자체 투표 및 회의가 진행됐고, 광주와 전남 지역 병원에선 단체행동을 지속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진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행동의 불씨가 완전히 잡히지 않자 이날 국립의과대와 의학전문대학원 학장 10명이 공동 성명을 내 의대생들의 학업 복귀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의정 협의 난항 예상... "의사 분열 최악 시나리오" 스스로 경계
전공의 간 갈등뿐 아니라 의협-전공의 간 불협화음으로 의-정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시 재접수를 받지 않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도 의협과 전공의는 의견이 갈렸다. 의협은 성명서를 내 “의대생 구제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정 합의 역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한다”며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반면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의협 성명서는 정부가 합의를 파기할 여지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며 “대전협은 피해보는 학생이 생기는 즉시 단체행동 수위를 격상해 의료개혁을 위한 행동을 시작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현장으로 돌아가지만 의-정 협의 과정은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원의 중심 조직인 의협과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은 같은 의사지만 이해관계의 교집합이 크지 않다.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노가 일치해 함께 파업을 이끌었을 뿐, 언제 어느 지점에서 등을 돌릴지 알 수 없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 저지라는 공동의 목표는 이뤘지만 의협과 전공의 단체는 각론에서 이해관계가 달라진다”며 “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 스스로도 내부 분열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은 “우리가 분열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노리던 시나리오대로 되는 것”이라며 “의정 합의안을 깨고 파업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국민 여론이 등 돌리게 하는 행위이고, 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해 탄압할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의사 집단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며 “이성적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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